영국 법원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미국 추방에 제동을 걸었다. '심각한' 자살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4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지방법원은 어산지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추방시켜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은 이날 어산지가 미국에서 수형생활을 할 경우 자살할 위험이 있다며 추방을 거부했다.
어산지는 컴퓨터 해킹과 스파이 혐의 등으로 미 법무부의 추적을 받아왔다.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대 징역 175년을 선고 받을 수 있다.
그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서류를 폭로한 인물이다.
웨스트민스터 법원의 바네사 배리처 판사는 어산지가 가혹한 조건의 미 교도소에 수용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가 자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그를 미국으로 송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2010년 미 국방 정보당국의 분석가 첼시 매닝이 건네준 기밀 서류들을 대규모로 공개해 미국에서 기소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9만건의 활동 기록,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40만건 등 미군의 비밀작전들이 까발라졌다.
또 미 외교 전문 25만건도 어산지에 의해 공개됐다.
미국은 웨스트민스터 법원에 어산지가 미 정보 제공원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며 송환을 요구했지만 변호인단은 그 어떤 개인도 어산지의 정보 공개로 위험해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어산지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부 고발자들을 벌하고, 언론인들을 겁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어산지 송환신청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법원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어산지에 대해 어떤 적개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며 변호인단의 이같은 주장은 기각했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영국 법원이 어산지 송환을 거부한 것을 '정의의 승리'라고 환영하고, 어산지에게 멕시코 망명을 제안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외교장관에게 영국 정부에 어산지 구금을 해제해 멕시코에 정치적 망명이 가능토록 요청하는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법원의 송환거부 판결로 어산지는 런던 남동부의 보안등급이 높은 벨마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6일 그의 보석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교도소 수감은 끝나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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