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사망 사건 탄원
가해자 엄벌 진정 5일 기준 600장
文대통령 나서 재발방지대책 지시
일선 관계자들 '권한 확보 우선돼야'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이후 겪은 지속된 학대로 숨진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 대한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법원엔 가해자인 양부모 엄벌을 요청하는 600여건의 진정서 및 탄원서가 접수됐다. 인스타그램엔 '#정인아미안해' 챌린지 참여가 6만7000여건에 달한다.
가해자 엄벌 진정 5일 기준 600장
文대통령 나서 재발방지대책 지시
일선 관계자들 '권한 확보 우선돼야'
정부는 시민들의 관심을 반영해 아동학대를 막는 효과적인 제도를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입양 아동 사후관리 대책을 지시했다. 일선 담당자들은 제도개선과 함께 인력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정서 600건 넘어··· 검찰에도 영향?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이날 중 제출된 진정서를 접수해 공판에 앞서 들여다볼 방침이다. 전날까지 500여건이 훌쩍 넘는 진정서가 들어온 상태로, 6일에도 수백건의 진정서가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서는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가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정인양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양부 안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요청이 주를 이룬다.
수사 약 한달여 만인 지난해 12월 8일 정인양 양부모 수사결과를 내놓은 검찰은 현재까지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로 풀이된다.
문제는 같은 날 발표된 정인양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가 충격적이란 점에 있다. 서로 다른 시기 총 7개 뼈가 골절됐고 췌장까지 끊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온 몸에 식별 가능한 멍도 함께 발견됐다.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어린 아이에게 지속적인 가해행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의학계와 인권단체, 법조계에서도 정인양 양부모에게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은 결국 지난해 말 부검의 3명에게 사건 재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여론과 별개로 공소유지에 필요한 절차란 입장을 밝혔지만 13일 예정된 첫 공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한편 정인양 사건 관련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시민들에게 진정서 제출과 공판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제도정비·인력확충 우선돼야
정인이 사건은 남부지검을 넘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입양되는 모든 아동을 심층적으로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입양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고 내실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주변인 방문과 조사를 의무화하고, 양부모의 양육부담감 측정을 위한 양육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가정 내 위기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선 아동학대 처리 업무 담당자들은 공적 인력 확충과 공권력 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는 보통 집 안에서 이뤄지고 CC(폐쇄회로)TV 같은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며 "경찰 판단으로 즉각 분리를 하면 나중에 민원이나 법적대응까지 당할 수 있는데 이런 걸 우려해 소극적으로 처리하지 않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기관 한 관계자도 "분리조치를 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차피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갈텐데 그 환경이 제대로 된 건지 꼼꼼히 점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조사인원이 배치돼 활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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