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이란 ILSA통신과 테헤란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ILNA와 인터뷰에서 "2일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을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며 이같은 밝혔다.
교환(barter) 대상 상품에는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원자재, 의약품, 석유화학 제품, 자동차, 가전제품 부품 등도 포함됐다. 탄하이 회장은 "동결 자산과 교환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구입"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압력으로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 한국에 묶여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의 석유 수출대금 동결 조치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동결 해제를 요구했다. 이란 외무부는 석유 수출대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유조선인 한국케미호는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200t의 화학 물질을 싣고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중 이란 혁명수비대에게 나포됐다. 선박에는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20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혁명수비대는 한국케미호가 환경 규정을 반복적으로 어겼다며 해당 선박을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했다.
탑승한 선원들 모두 선박 내에 억류된 상태다. 한국케미의 선사 디엠쉽핑은 나포된 선박이 3개월 전에 정밀 검사를 받았고 해양 오염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 CNN은 한국케미호가 미국과 이란 갈등의 중립적 피해자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이후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미군은 지난해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중동 지역 작전을 총괄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소장을 암살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지난 3일 이란 내부에서 솔레이마니 사망 1주기를 맞아 반미 기조가 거세지자 복귀 예정이던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을 이란 근해에 계속 두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군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이란은 한국케미 나포 당일 우라늄 농축 한도를 20%까지 올린다고 선언했다. 이는 핵무기용 우라늄 농도(9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JCPOA에 규정된 농축 한계(3.6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CNN은 이란이 이달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와 협상에 앞서 비교적 위험이 적은 방법으로 서방 세계에 경고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이 한국 선박 때문에 직접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는 일단 4일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케미호를 즉각 석방하라고 이란에 촉구했으나 공식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란이 하루 수십 척의 선박이 드나드는 페르시아만에서 굳이 한국 선박을 노린 배경에는 돈 문제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상계 방식의 교역을 진행했다. 이란에서 원유와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국내 은행 2곳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수입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물건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해당 계좌에서 대금을 받아가는 형식이다.
국내 은행 2곳은 2019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올리면서 해당 계좌 운용을 중단했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달 안에 고위급 외교관을 이란에 파견해 대금 동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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