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총리 지지율 급락에 고전
'앙숙' 고이케 도쿄도지사 '긴급사태 선언' 공개 요구
이틀만에 사실상 관철...자민당 "고이케에게 밀렸다"
고이케 일격에 스가 총리 체면 구겨...조기퇴진설까지
'앙숙' 고이케 도쿄도지사 '긴급사태 선언' 공개 요구
이틀만에 사실상 관철...자민당 "고이케에게 밀렸다"
고이케 일격에 스가 총리 체면 구겨...조기퇴진설까지
【도쿄=조은효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앙숙'이자 '극장정치의 달인'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일격을 당했다. 전임 아베 신조 총리 때와 똑같이 당했다. 고이케 지사의 '긴급사태 선언' 공개 요구에 일본 정부가 끌려가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스가 총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지지율 급락에 조기 퇴진설까지 나오고 있는 스가 총리의 레임덕을 가속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가 총리는 최근까지 긴급사태 선언에 부정적이었다. 경제 타격 때문이다.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재선가도의 승부처인 중의원 조기 해산을 단행하기 어렵다. 더구나 긴급사태 선언 기간인 지난해 2·4분기 일본 경제가 연율환산 마이너스(-)28.8%라는 전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섣불리 긴급사태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가 총리를 향해 고이케 지사가 움직였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2일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지사들을 불러모아 단체로 일본 정부에 긴급사태 선언 압박을 넣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행했다. 스가 총리가 "지금은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불과 1주일 만의 공개 요청이었다.
이미 지난해 12월 31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500명을 넘어선 상황. 고이케 지사의 공개 제안이 있은 지 이틀 만인 지난 4일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고이케 지사에게 떠밀려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게 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흐름은 전임 아베 총리 때와 같다.
5일 요미우리신문은 이 일로 자민당 내에서 스가 총리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고, 급기야 "이대로 가다가는 스가 내각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고이케 지사의 퍼포먼스에 눌린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각부 한 간부 역시 "(고이케 지사에)떠밀린 형태가 돼 버렸다. (스가 내각의)실패다"라고 토로했다.
한 전직 각료는 이 매체에 "본래 총리가 먼저 긴급사태 선언을 결정했어야 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국가의 (코로나)대응이 느리다고들 하는데, 선수를 치지 않으면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1차 내각에서 첫 여성 방위상을 지낼 정도로 자민당의 차세대 주자였다. 아베 전 총리가 갈라선 것은 지난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였다.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후보를 밀자 자민당을 탈당,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이 무렵 아베 내각의 관방장관인 스가 총리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양측 관계는 한 마디로 '견원지간'이라는 게 정설이다. 스가 총리는 과거 고이케 지사를 가리켜 "(퍼포먼스를 앞세운) 극장형 인간에게 도쿄 도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해 도쿄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관방장관이었던 스가는 "이는 전적으로 도쿄 문제"라며 고이케 지사를 몰아세웠고, 고이케는 아베 내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맞받아치는 등 내내 불편한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스가 총리가 코로나 대응실책, 국회 답변 실력 부족 등 구심력을 급격히 잃으며 이르면 올 3월 퇴진하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재선을 위한 승부수가 될 중의원 조기 해산은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 고이케의 일격은 뼈아프다. 마이니치신문은 스가 총리가 고이케 지사나 전문가들의 긴급사태 선언 요구에 밀린 모양새가 된 것을 놓고 "(스가)정권에 저항할 정도의 체력이 이미 없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자민당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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