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 콘 전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부회장 명함을 달고 IBM에 합류했다.
추락하는 IBM이 월스트리트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콘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NEC 위원장을 지낸 골드만삭스 출신의 콘이 IBM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콘 전 위원장의 합류는 여러 면에서 파격이다.
IBM은 이처럼 거물을 외부에서 수혈한 적이 없는데다 20년만에 콘을 위해 부회장 자리도 되살렸다.
콘은 부회장으로 일하게 되지만 정식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도 아니고, 풀타임으로 일하지도 않는다.
IBM은 콘 부회장이 경영 지도부와 '협력해' 다양한 사업 이니셔티브, 외부 문제 등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문제들에는 '사업 개발, 고객 서비스, 홍보, 고객관리' 등이 포함된다.
2018년 봄 백악관을 떠난 콘은 정통 월스트리트 금융맨으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상장을 위한 특수목적합병법인(SPAC)에 주력해 왔다. 콘 로빈스 홀딩스라는 SPAC 출범에 참여했다.
콘 로빈스는 지난해 10월 주식시장에 상장돼 8억달러 이상을 확보했지만 아직 상장을 위한 합병 대상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IBM의 콘 영입은 340억달러 규모의 레드햇 합병을 비롯해 그동안 IBM의 과감한 경영이 재미를 보지 못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IBM은 최근 서비스 부문 분사를 결정했고, 오픈소스 업체 레드햇은 매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구조조정 검토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원조 격인 IBM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의 대규모 기술주 붐에 올라타지 못했다.
기술주 흐름은 이제 정보기술(IT)의 새 성배가 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을 장악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 중심축이 옮겨간지 오래다.
콘의 영입은 부진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이뤄졌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인물이 최고 경영진에 합류한 것은 약 30년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루 거스너 이후 처음이다.
거스너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대가 지나며 고전하던 IBM은 거스너의 과감한 구조조정 덕에 부활에 성공해 IT 산업 선도기업 자리를 다시 꿰찬 바 있다.
한편 IBM은 현재 과도기를 겪고 있다.
연구부문 책임자를 지낸 아빈드 크리슈나가 CEO를 맡고 있지만 그는 임시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레드햇 CEO 출신으로 현재 IBM 사장인 짐 화이트허스트가 결국 CEO 자리를 물려 받기 전까지 크리슈나는 임시 CEO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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