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범계 "법무부 산하 아동보호 전담 특별기구 만들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6 18:05

수정 2021.01.07 18:22

정부, 아동학대 사전예방 의지
정인이 양부모 엄벌 진정서 쇄도
검·경· 아동보호제도 비판 쏟아져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놓여있다.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예정돼 있다. 뉴스1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놓여있다.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예정돼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아동인권 보호를 전담하는 특별기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아동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가 허술해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별기구 설립 의사를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법무부장관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특별한 기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인 기구 형태와 구상은 전달하지 않았으나 법무부 산하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상했다는 건 향후 아동학대 범죄를 대하는 법무부의 자세가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경찰과 검찰이 아동학대 범죄를 대하는 방식은 사건이 발생해 수사에 돌입했을 때 그 처벌에 한정된다. 사실상 사후적 처벌로 아동학대를 막는 것이다. 그마저도 정인양 사건 가해 양모가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로만 기소되는 등 법 적용과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가 언급한 부처 설립은 이 같은 정부 대응을 사후적 처벌에서 사전적 예방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정인양 사례에서 보듯, 일선 수사기관과 아동보호기관에서 아동학대 의심이 있어도 가해자인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거나 친권상실청구를 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높다.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기구가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긴급분리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감독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인양 사건 이후 검찰과 경찰, 아동보호기구 등 공권력은 시민들의 쏟아지는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충격적 부검 결과에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포기하고 아동학대치사죄 적용을 선택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8일 공개된 국과수 부검 결과 정인양의 직접적 사인이 발생하기 쉽지 않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손상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대처가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13일 있을 첫 공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죄를 적용할지 여부는 주요 관심사다.

경찰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정인양을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선 경찰관들은 "명백한 물증이 없어 분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을 내비치고 있지만 분노한 시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서 아동을 부모와 분리조치한 경찰 중 여럿이 각종 민원과 소송, 심지어는 처벌까지 겪은 사례가 있다는 점은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아동보호기관과 홀트아동복지회, 정인양이 방문했던 소아과 병원 등도 제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이들의 책임을 낱낱이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시민단체와 수사기관 등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인양 양부모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진정서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에 하루 수백건씩 도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증거를 다 보고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는 진정서를 보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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