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아동학대 전문변호사, 국회에 분노 “이러면 아이들 또 죽는다”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7 10:45

수정 2021.01.07 17:02

‘제발진정하세요’ 여론잠재우기 무더기입법 비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오히려 현장 망친다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1.1.6/뉴스1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1.1.6/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국회가 ‘여론 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7일 자신의 SNS에 “제발 진정하세요”라는 제목을 통해 지금의 갑작스러은 입법이 오히려 아동학대를 막는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권한과 책임을 정확하게 나누고, 매뉴얼대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법을 순식간에 개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쉼터’ 등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즉시분리를 추진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작 꼭 분리되어야 할 아이들이 분리가 안 되는 상황을 초래해 “아이들이 또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형량 강화’ 의 경우, 높은 형량을 인정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책임이 요구되므로,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동학대의 경우는 증거부족으로 불기소나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멈추세요. 여론 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해서 현장 혼란만 극심하게 하지 말고, 아동 최우선의 이익 고려해서 잘 만들어야한다”고 질타했다.

■갈데없는 아이 어디로 보내려고 이러십니까
김 변호사는 “고위험가정, 영유아, 신체상처, 의사신고사건 다 즉시분리 이미 하도록 되어 있다”며 “(그 매뉴얼이) 잘 작동되는 현장을 만들어야지 즉시분리를 기본으로 바꾸면 가뜩이나 쉼터가 분리아동의 10%도 안 되는 상황에 갈데없는 아이들 어디 보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은 어려운데 전문성 키울 새도 없이 법 정책 마구 바꾸고 일 터지면 책임지라는데 누가 버텨낼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권한 분산시켜 놓으니 일은 안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조사와 수사는 아동인권과 법률에 전문성이 있는 ‘훈련받은’ 경찰이 해야한다”며 “피해자 지원과 사례관리는 아보전이 맡아야 한다”말했다.

그는 “내밀한 정보DB와 서류 행정처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해야 한다”며 “(그래서) 서로 일 미루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사건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예원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김예원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3일에 12개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 발의
태어난 지 16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정인이가 죽기까지, 한국 사회의 어떤 아동 보호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세 차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무혐의 처분했고, 아이와 부모를 분리조치 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역시 세 차례 현장조사를 하고 작성한 ‘아동학대 위험도 평가서’에서 9점 만점에 각각 3점, 2점, 2점을 줬다.(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4점 이상이면 즉각적인 아동보호 조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아보전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다.

세 번째 신고 때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 의원의 의사가 ‘구내염’이라는 소견을 내면서 아동학대가 입증되지 못했고, 정인이 입양을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 또한 두 차례 학대 사실을 파악했지만 가정 방문을 하지 않고 양부와 통화만 했다. 이렇게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들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정인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 역시 3일 동안 무려 12개의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형량강화, 신상공개, 부모와 아동 ‘즉시 분리’(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을 담았다. 여야는 8일 ‘'정인이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방송이 나간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속전속결로 입법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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