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식 선언 후 집단 감염 ‘수입 냉동식품’ 탓
- 홍콩과 한국 입국자가 ‘감염원’
- 감염원 ‘미궁’ 허베이성 스자좡
- 홍콩과 한국 입국자가 ‘감염원’
- 감염원 ‘미궁’ 허베이성 스자좡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단상에 앉아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코로나19 방역 유공자를 치하했다. 지난 8개월여 동안 거대한 노력 끝에 방역에 성공해 사회주의 체제와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는 자평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종식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코로나19와 대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관영 매체들은 잇따라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으며 거리에서 서서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종식 선언 후 집단 감염 ‘수입 냉동식품’ 탓
그러나 중국의 자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추석 명절인 중추절 이후 산둥선 칭다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0여명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종식 선언 후 두 달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일주여 뒤부터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도 감염자가 속속 등장해 220여명까지 확대됐다. 카슈가르 최초 감염자는 해당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17세 여성이다. 확진·의심환자, 야생동물과도 접촉하지 않아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 오리무중 상태였다.
중국은 사회주의 특성을 살려 후베이성 우한 때처럼 지역을 봉쇄하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벌였지만 좀처럼 확산세를 누그러트리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는 10여일 뒤 톈진에서도 확진자가 확인되자, 수입 냉동식품을 주목했다. 때맞춰 관영 매체들은 냉동식품 회사 직원들이 감염됐으며 톈진항을 통해 들어온 수입 냉동 돼지족발과 냉동 갈치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해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오염된 냉동식품 포장 등이 수입된 후 자국 하역노동자에 옮기면서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논리다.
중국이 수입 냉동식품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보다 한 달 전에도 ‘냉동식품 생산경영 관련 코로나19 통제 기술 지침’을 통해 “살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콜드체인을 통해 유입되고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식품산업 노동자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앞서 산둥성 옌타이, 광둥성 선전, 랴오닝성 다롄 등 다른 항구지역에서도 수입 냉동식품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중국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베이징대학 제1병원의 호흡기 전문가 왕광파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엄격한 예방조치가 없으면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입 냉동식품을 감염원으로 겨냥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은 이미 청정구역에 진입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후 발생한 감염 배경을 해외 탓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콩과 한국 입국자가 ‘감염원’
그러나 냉동식품 수입 금지 등 강도 높은 통제에도 상하이, 네이멍구자치구 국경도시 만주리를 비롯한 본토 곳곳의 환자는 발생은 이어졌다. 상하이엔선 ‘도시를 폐쇄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불안감 조장했던 네티즌이 체포됐고 하이난 여행 중국인 수십명이 무증상 감염자와 접촉했다며 무더기 격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확진자가 확인돼 국가 전체가 초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베이징은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엄격한 방역 대책을 시행한다. 따라서 베이징이 뚫렸다는 것은 방역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울러 인구 밀집도도 높아 일단 감염자가 나올 경우 확산 우려 역시 높다.
베이징의 경우 홍콩에서 들어온 중국국적 27세 남성이 집중 격리가 끝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재격리 되기 전에 유명 만두집 등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돼 인근 차오양구 왕징, 순이구로 확산됐다. 왕징과 순이는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이다.
올해 초에는 랴오닝성 선양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다. 선양의 경우 한국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 60대가 ‘슈퍼 감염자’로 꼽혔다. 한 때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감염원 ‘미궁’ 허베이성 스자좡
베이징은 순이구 등의 확진자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도시를 접하고 있는 후베이성 스자좡에 무더기로 감염자가 나와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단기간에 수억명이 이동하는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전날 하루 동안 5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해외에서 들어왔고 나머지 37명은 지역 감염 사례다. 지역별로는 허베이성 33명, 랴오닝성 2명, 베이징 1명, 헤이룽장성 1명 등이다.
베이징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밀접접촉자가 격리 중에 확진으로 전환됐다. 베이징 중위험 지역인 순이구에 거주하고 있는 27세 남성이다.
허베이성의 경우 31명이 베이징과 인접한 스자좡에서 발견됐다. 싱타이시에서도 2명이 나왔다. 중국에선 랴오닝성에 이어 허베이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전날에도 69명이 확인됐다. 이로써 이달 2일 이후 허베이성 누적 확진자는 153명으로 늘었다.
허베이성은 성도인 스자좡에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상주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다. 따라서 언제라도 베이징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자좡의 감염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 발생구역 인근의 스자좡 공항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산검사 시설이 없는 농촌지역인 스자좡은 최초 감염자 등장 이후 상당수 의심 환자들이 코로나19 핵산검사를 받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염 사실을 알지 못했던 주민들이 결혼식, 장례식장, 결혼 모임 등에서 참석하면서 급속도로 감염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베이징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브리핑에서 “해외 및 국내 고위험 지역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스자좡시, 싱타이시, 헤베이성 등 고위험 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즉시 지역 사회에 보고하고 협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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