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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대회 '조용원' 약진, 김여정 강등?..對美라인, 큰 변화 없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1 14:24

수정 2021.01.11 14:24

北 8차 당대회로 나타난 권력 지형 변화
조용원, 오일정 등 약진해 北 실세 등극?
친동생인 김여정은 정치적 위상 낮아져
대미라인인 리선권과 최선희 자리 지켜
다만 최선희는 '당 중앙위' 위원서 빠져
지난 9일 제8차 당 대회 5일 차 회의 중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용원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지난 9일 제8차 당 대회 5일 차 회의 중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용원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주요 인선을 통해 조직을 개편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실세로 알려진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이름이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 빠졌고 조용원·오일정 등이 정치적으로 도약했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다가온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전반적 위상이 하락했지만 리선권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의 자리는 유지됐다.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대적 변화를 자제한 채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망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용원, 北 실세로..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 제외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대회 계기 인선을 공개했다.
이번 인선에서 조용원 당 비서는 82세의 고령인 박봉주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대신해 북한 정권의 최고위직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조 비서는 역시 당내 요직인 비서국과 군사부문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원회에도 위원으로 진출했다. 그는 최요직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역임했고 그동안 김 위원장의 주요 동선에서 동행한 바 있다. 즉 그는 최고지도자로부터 신임을 받는 인물로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 당시에도 김 위원장에 귓속말로 보고를 하는 모습이 잡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인민무력부장을 역임한 오진우의 아들 오일정도 이번 당대회를 통해 격이 높아졌음이 확인됐다. '항일빨치산'의 후손으로 북한 명문가에 속하는 오일정은 군 관련 사업을 맡는 당 내 신설 조직인 군정지도부장에 임명됐다.

군정지도부는 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열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에서 독립한 기구로 보이며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군을 중시해왔고 이번 당대회에서 국가방위능력의 향상을 강조한 만큼 오일정에게도 상당한 권한이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사진=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사진=뉴스1


군의 최고 실세인 총정치국장은 김수길에서 권영진으로 변경됐다. 총정치국장은 군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보다 더 높은 북한군 서열 1위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인민무력성의 이름이 국방성으로 교체됐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김정관 인민무력상은 이날 공개된 정치국 위원 명단에 '국방상' 직함으로 소개됐다.

반면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정치국 위원이나 당 부장 등에 올라 실세임을 보여줄 것으로 보였던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이름이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전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등 강경한 대남정책을 주도했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대남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北 대미라인 위상 다소 낮아졌지만 큰 변화는 없어
미국과의 핵협상 등 북한의 대외전략을 관장하는 외무성은 리선권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위와 위상이 대체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신정부가 출범하면 최소 6개월 가량 내부 정비가 필요하고 현재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제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도 외무성 대미라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다가올 정세 변동에 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리 외무상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나중에 호명되고, 최선희 제1부상이 당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것을 두고 외무성의 위상이 하락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리 외무상도 일단 자리는 지켰고, 최 제1부상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받은 것이라고 보면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도 현재로선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가봉쇄로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우선순위 조정을 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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