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건의 재구성]"차 빼달라" 호출해놓고 "술냄새" 음주운전 신고한 이웃

뉴스1

입력 2021.01.13 07:00

수정 2021.01.13 09:52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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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지난 2019년 12월 23일 지인들과 술을 마신 A씨(58)는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집으로 들어갔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정 주차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의 차를 대야 할 지정주차의 공간이 협소해 주차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대리운전기사는 A씨 허락을 얻고 다른 사람의 지정주차 장소에 차를 댔다.

주차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한 A씨에게 갑작스레 한 통의 전화가 왔다.
A씨가 주차해놓은 곳을 사용하던 아파트 주민 B씨가 차를 빼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아내와 함께 주차장으로 나가 차를 빼고 3m 정도 이동해 주차를 다시 했다. 그런데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걸 이상하게 여긴 B씨가 A씨에게 음주 여부를 물어본 뒤 A씨를 경찰에 음주운전으로 신고를 했다.

검찰은 A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음주운전의 고의가 없었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 최병률 유석동)는 최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막무가내로 이동 주차를 요구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싸움이 일어날 거 같아 불가피하게 이동 주차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이동 주차 요구가 특별히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 주장에 의하더라도 B씨가 통화 당시 크고 화난 목소리로 차를 빼 달라고 했으나 이동 주차 당시에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을 뿐 특별히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에서는 왜 당시에 A씨와 함께 내려온 아내가 대신 주차를 하지 않았는지도 쟁점이 됐다. A씨는 아내가 초보 운전자라 주차를 잘 못해 자신이 대신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내가 A씨 차량 외에 또 다른 차량을 소유해 운전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주차를 할 능력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성은 존재하므로 도로교통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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