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이승환 기자 = 13일 오전, '정인이 사건' 피고인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서울 남부지방법원 3층 중계 법정 안. 방청객 사이에서 '헉'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청객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고, 20~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의성은 없었다"는 양부모 측 주장이 방청객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양모 장씨가 정인양의) 머리를 찧게 한 건 맞지만 학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자, 방청석에 자리 잡은 중년 여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재판 중계 화면을 보지 않고 바닥만 보는 방청객도 있었다.
이날 재판은 법원 청사 내 마련된 중계법정 2곳에서 생중계됐다. 법원은 앞서 사전 전자추첨으로 방청권을 배부했고 방청권 경쟁률이 15.9대1을 기록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이어졌다.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재판 현장은 양모인 장씨가 퇴청하려고 하자 술렁였다. 방청객 이모씨(36)는 "장XX, 이 악마 같은 X야. 율하(정인양 입양 후 이름)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그는 결국 법정 직원들의 제지로 퇴장해야 했다.
법원 앞에서 만난 이씨는 "재판이 끝난 줄 몰랐는데 장씨가 들어가려고 하길래 소리를 질렀다"며 "나도 12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을까 싶다"며 분노했다.
녹색 수의를 입은 양모 장씨는 머리를 길게 풀고 고개를 숙인 채 이날 법정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 상태인 그는 구치소에서 이송돼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된 정인양은 같은 해 10월13일 서울 양천구 소재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생후 16개월 된 영아였다.
검찰은 양모 장씨가 정인양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절단되고 이로 인한 600㎖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봤다. 양부인 안씨는 이러한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양부 안씨가 퇴장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법원 출입구에는 시민들이 '살인자 처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안씨가 퇴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안씨는 재판이 끝나고도 시민들을 피하기 위해 20분 동안 법정 안에 머무르다 갈색 패딩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법원 직원들과 함께 빠져 나왔다. 그는 뛰어서 차량 안에 탑승했다.
안씨를 뒤쫓아 온 시민 10여명은 "살인자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안씨의 차를 막아 세웠다. 차량을 손으로 내리치거나 커피를 던지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들에게 막혀 움직이지 못하던 차량은 법원 직원들이 시민들을 통제하자 빠르게 사라졌다.
안씨는 차량 탑승 직전 "재판이 끝났는데 할 말 없느냐" "방임 사실 인정하느냐" "정인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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