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공유 전동 킥보드는 피곤한지 누워있었다. 심장 격인 엔진이 과열된 건지, 아니면 식사 격인 배터리가 다된 건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또 나뒹굴었다. 눈을 이불 삼아 덮은 채 주로 지하철역이나 유동인구 많은 곳에 쓰러진 상태였다. "저기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폭설이 내린 뒤인 지난 9~10일 주말 근무를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공유 전동 킥보드들이 끝없이 이런 모양새로 방치돼 있었다. 바로 옆 인도와 다르게 수북하게 덮인 눈은 누구도 치울 줄을 몰랐다.
그대로 얼어서 걸림돌이 돼 갔다. 인도, 때때로 차도 옆에 세워진 '불법 적치물'인 셈이다. 환경미화원들 입에선 "잘못 건드려서 고장 나면 불똥 튈까봐 걱정되는데…시민 통행에 우려된다"는 말이 나왔다. 더 할 비판이 있어 보였지만 좀 참는 눈치다. "차량 밑에 깔려있기도 하고, 바람에 넘어지면서 부딪히기도 하고…관리가 안 된다"고 그는 결국 한마디 더했다. 환경 미화에도 '천덕꾸러기'인 셈이다.
기사가 나간 뒤 곧바로 한군데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 업체에서 기별을 받았다. '지적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 설명이다. '조금이나마 세상이 좋은 쪽으로 가는 데 영향 미쳤나' 하는 생각은 곧바로 깨졌다.
그날(12일) 곧바로 눈이 또 내렸다. 6~7일 폭설에 비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탓에 빠르게 녹아내릴 것을 알았지만 곧바로 현장을 살피기 위해 나섰다. 거기서 또다시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는 공유 전동 킥보드를 만났다.
내 집, 내 상가 앞을 쓸기 위해 나선 상인들과 인도 등을 쓰는 환경미화원도 어쩔 줄을 모르는 눈치다. 또다시 공유 킥보드 인근만 눈이 쌓여있다.
운영 업체들은 '눈이나 비 등 천재지변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킥보드들을 모두 보관·충전 장소로 실어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플랫폼에서 온라인 상으로 대여를 중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와 인도에 놓인 공유킥보드들로 인한 불편은 누구 책임이고, 누가 보상할까. 여전히 대답은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일까.
대표적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업체인 라임(라임코리아) 킥고잉(올룰로) 씽씽(피유엠피) 빔(빔모빌리티코리아)은 각급 경찰서와 지난해 말 개정 도로교통법·자전거법(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에 발맞춰 업무 협약을 맺었다. 애플리케이션에 안전주행 수칙과 관련법규 등을 송출한다는 수준이었다.
앞선 폭설에 늑장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던 서울시는 인력 4000명과 제설차량 1000여대를 투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이래야 한다. 앞으로도 대응 잘하길'이란 일부 칭찬을 받기도 했다. 변하면 이용자 등 시민 평가도 바뀌는 것이다.
공유 전동 킥보드가 사회에 가져온 편리와 함께, 이들 업체가 예상했겠지만 대책 없이 방치해 온 피해에도 이제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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