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유튜브 악성후기에 피해 늘어
공군 치킨갑질, 송대익·하얀트리 사례
명예훼손 문의에도 구제방법 마땅찮아
배달앱 소비자 신뢰지수 도입 대안으로
[파이낸셜뉴스] 1년째 지속된 코로나19 확산에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이 악성 부정후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배달어플과 유튜브 등에서 일부 소비자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악성 후기를 남기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악성 후기로 인한 타격에도 영세한 자영업자는 법적대응이 쉽지 않다.
공군 치킨갑질, 송대익·하얀트리 사례
명예훼손 문의에도 구제방법 마땅찮아
배달앱 소비자 신뢰지수 도입 대안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끙끙 앓는 자영업자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로펌에 자영업자들의 명예훼손 등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배달어플과 유튜브 등에서 소비자가 남긴 후기 중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평가를 가장해 주관적 해석으로 업자를 비방하고, 일부 사실을 부풀리거나 아예 없는 일을 꾸며내는 등 다양한 사례가 확인됐다.
최근엔 경기도 소재의 한 공군부대에서 치킨 125만원 어치(60마리)를 배달 주문한 뒤 전액 환불하고 배달료 문제를 놓고 별점 테러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이용자가 배달앱 업체 후기에 1점을 주고 '치킨집이 군부대를 호구잡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업주는 댓글을 달고 “뻑뻑해서 못 드셨다던 치킨은 단 한 마리도 수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60마리 전액 환불조치 했다”며 “공무원이라는 분들이 이 일로 본사를 들먹이며 협박하듯 전화를 수도 없이 했다”고 반박했다.
공군은 사건이 화제가 되자 부대장과 업주가 만나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버 하얀트리가 대구 무한리필집 간장게장집을 찾아 촬영한 영상에서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이 업소가 음식을 재사용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업주는 리필을 주문한 손님이 먹던 간장을 리필한 게장에 다시 부어주는 과정에서 밥알이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큰 타격을 받은 뒤였다.
업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튜버의 허위방송을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제기해 호응을 받았다. 이 일로 하얀트리는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지만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적 대응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유튜버 송대익은 피자나라치킨공주에서 치킨과 피자를 주문한 뒤 내용물 일부를 누가 빼먹은 것처럼 조작 방송을 해 비난을 샀다. 송대익은 배달원이 일부를 빼먹은 것처럼 주장하며 환불요청까지 했지만 업체 항의에 본인이 사실을 조작했다는 걸 인정했다.
피자나라치킨공주는 법적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업주만 쩔쩔매는 상황, 시스템으로 바꿔야
법으로 허용된 단순 평가와 위법한 명예훼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위법성을 업주가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은 업주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긴다.
서울 양천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장현우씨(36)는 최근 몇달 간 배달앱 후기에 각별히 마음을 쓰고 있다. 한때 배달앱 평점이 4점대 후반이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1점을 주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별점이라는 게 손님 마음이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1점을 주는 손님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며 “아예 전화를 해서 '서비스를 안 주면 후기가 곱게 안 나간다'고 반 협박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백경태 변호사(법무법인 신원)는 “우리는 미국과 달리 실제 사실을 공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허위사실 공표는 당연히 처벌대상”이라면서도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유튜버나 후기 남긴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엔 ‘허위사실의 공표’가 되지 않을 여지가 있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고객도 평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이용자 평가기능이 있는 앱에선 상호 평가를 도입해 판매자와 구입자, 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를 서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배달앱도 고객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0대)는 "악의적으로 리뷰를 남기는 손님의 리뷰가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면 자영업자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가치가 있는 비판인지 알 수가 없으니 갑질에 무방비로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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