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북 익산 택시기사 살인 사건
서울중앙지법 “국가 16억원 배상” 판결
수사당국의 폭행·고문에 거짓 자백 했다
만기출소 후 너무 억울해 재심 청구 해
재심 끝난 뒤 진범 징역 15년 단죄되다
서울중앙지법 “국가 16억원 배상” 판결
수사당국의 폭행·고문에 거짓 자백 했다
만기출소 후 너무 억울해 재심 청구 해
재심 끝난 뒤 진범 징역 15년 단죄되다
【파이낸셜뉴스 익산=김도우 기자】 2000년 다방의 커피 배달원이었던 최씨(당시 16세)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택시기사 유씨가 욕설을 한데 격분해 흉기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2001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되기도 한 ‘약촌오거리 사건’ 이야기다.
그러나 이 억울한 사건은 만기출소 3년 후 반전이 됐다.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했던 최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 이성호)는 지난 1월 13일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가족 2명에게도 “국가가 총 3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 최초 목격자 최씨, 경찰은 오히려 그를 범인으로
평범한 10대였던 최씨가 살인사건에 휘말려 옥살이를 한 사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을 지나던 16세 소년 최씨는 택시 운전사 유(42)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자 범인의 도주 모습을 본 최씨는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폭행과 고문을 하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견디다 못한 최씨는 결국 “시비 끝에 A씨를 살해했다”는 거짓자백을 해 버렸고, 그 후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할 때까지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 진실이 바로잡힐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최씨가 복역하고 3년이 지난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용의자 김모씨를 붙잡아 자백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부족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김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묻힐 뻔했다. 하지만 출소한 최씨에게 2013년 재심 사건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 청구를 권유했다.
3년 8개월의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2016년 “수사 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해 거짓진술을 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그는 비로소 살인 누명을 벗게 됐다.
최씨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수사당국은 진범 김씨를 체포해 기소했고 김씨는 2018년 징역 15년이 확정돼 18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 억울한 피해자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
최씨의 사건은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경찰청은 최씨의 누명이 밝혀지자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씨의 사연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이 제작됐으며, 2017년 개봉해 242만명이 관람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인권을 찾아주고 무죄를 받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씨가 이날 판결로 받게 될 손해배상금은 재심 무죄 판결로 2017년 받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과는 별개다.
박 변호사는 “원고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데에는 부족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충분하게 인정됐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김) 검사는 유감 정도의 의사표시를 했지만 당시 담당 경찰은 아직도 최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고 이후에라도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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