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추위에 수도가 터진 곳이 수두룩하다. 2008년도에 구역지정이 된 뒤 너무 오랜시간이 지나 공공재개발로 최대한 빨리 개발하는 걸 원하는 주민들이 많다."(흑석동 주민 김모씨)
"후보지 지정발표가 나자마자 전화가 쏟아져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거래할 매물이 없는데 매수문의만 넘쳐나니 답답할 지경이다."(양평동 A공인 관계자)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의 재개발 지역들이 개발 기대감 고조로 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전후해 매물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한편으론, 재개발 지역 원주민들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개발사업이 속도전을 내 노후지역이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는 열망들이 높았지만 무수한 상인들의 보상 문제가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낡은 공장지대, 투자 쇄도에 매물은 없어
17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5호선 양평역 2번 출구 일대는 고물상, 노후상가, 저층주거지 등이 혼재돼 있었다. 1번 출구 쪽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있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평13구역·양평14구역이 위치해 있는 2번출구는 초역세권임에도 낡은 준공업지역의 모습 그대로였다. 해당 구역 맞은편 12구역은 현재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라 이주를 마치고 철거를 앞둔 상황이다.
12구역(707가구)과 함께 이번에 양평13·14구역도 각각 618가구, 358가구의 신축아파트로 지어지는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그동안 낡은 준공업지역이었던 양평역 2번출구 일대가 신축 아파트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진 상황이다. 정부 발표와 함께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중개업소는 북적이는 모습이었지만 매물을 찾긴 어려웠다.
양평동 A공인 관계자는 "현재 양평13·14구역에서 나와있는 물건은 단 한건"이라면서 "그마저도 매수문의가 들어가면 매물을 거두거나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14구역에 나와있는 물건은 3.3㎡당 4500만원 수준의 7억2000만원대 물건이 유일하다.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해도 3.3㎡당 3000만원대였는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면서 "그래도 올해 분양을 앞두고있는 바로 옆 12구역의 가격상승세가 거센만큼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문의가 많은편"이라고 전했다.
■상인들 "마땅한 보상없으면 결사 반대"
또다른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흑석 2구역도 매물이 없기란 마찬가지다. 흑석2구역은 이번에 공공재개발로 선정된 구역 중 1310가구의 신규아파트가 지어지는 가장 큰 규모의 후보지다.
흑석동 A공인 관계자는 "현재 매물은 거의 없고 당장 거래가 가능한 물건은 19억원대 물건뿐"이라면서 "추가 분담금이 안나올 가능성이 높아 10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금액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 대부분이 역세권에 위치해 상인들의 반대가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흑석동 자영업자 A씨는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사람이 대다수라 공공재개발에 대한 상인들의 반발은 당연하다"면서 "권리금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이며, 개발하는 동안 장사도 못하는데 찬성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흑석2구역 이진석 재개발추진위원장은 "(반대하는 상인을 설득하기 위해) 상가 활성화를 위한 동선을 짜고, 스카이라운지 개발 등을 검토하는 등 상가의 월세와 수익창출이 많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 설득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