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동유럽 절반이 코로나 백신 거부 "마이크로칩 무서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17 22:52

수정 2021.01.17 22:52

루마니아 부크레슈티에서 15일(현지시간) 현지 경찰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AP뉴시스
루마니아 부크레슈티에서 15일(현지시간) 현지 경찰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동유럽을 중심으로 백신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공산정권에서 국가 차원의 대량 접종을 경험했던 동유럽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백신을 구실로 국민을 통제하려 든다는 음모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상황이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체코, 세르비아, 보스니아,루마니아, 불가리아와 같이 공산정권을 경험한 발칸반도 주변 동유럽 국가에서 백신 거부 운동이 거세다고 전했다. 현지 씽크탱크인 발칸유럽정책자문그룹(BiEPAG)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발칸반도 서부 국가의 국민 약 80%가 백신 음모론을 믿고 있으며 해당 지역 국민의 약 절반이 백신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분석했다. 백신과 관련해 가장 널리 퍼진 음모론은 미국 혹은 다른 열강, 현지 정부가 백신 접종을 통해 국민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삽입한다는 주장이다.
마이크로칩 삽입 배경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BiEPAG는 보고서를 통해 “백신 음모론과 회의론 모두 직접 연결되어 있다”며 “발칸 반도 주민 대부분이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고 우려했다.

인구 700만명인 세르비아에서는 재난지원금 접수 첫날에만 100만명이 신청서를 냈으나 백신 접종 신청자는 누적 20만명에 불과하다. 신청자의 38%는 러시아 백신 접종을 희망했고 31%는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선호했다. 국영 RTS 방송은 교외 지역에서 음모론이 퍼져 있으며 정부가 상황 설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가리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다국적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불가리아 국민의 46%가 백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24%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0%에 불과했다. 불가리아의 스테판 콘스탄티노프 전 보건 장관은 “불가리아인 70%는 이웃 그리스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리조트 출입을 막아야만 그제야 접종소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체코 인구의 약 40%가 백신을 거부하고 있고 헝가리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많아야 30%라고 예측했다. 루마니아 보건부는 일선 의료진에게 주변인들을 설득해 백신 접종을 받게 하면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공포는 음모론과 더불어 증가하는 사망자로 인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16일 발표에서 75세 이상 국민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이 29명이라고 밝혔다.
이달 미국과 이스라엘, 포르투갈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전문가들은 백신이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