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기업 성장 발목잡는 규제틀 깨야
정재계 지상대담
처벌·인센티브 병행하고
종사자 보호장치 마련해야
'코로나 이익공유제' 동의 못해
'초과성과 공유제' 검토해 볼만
안전·환경규제 강화 추세
산업국가 현실 간과해선 안돼
불합리한 규제 하나 철폐하고
수십개 넘는 신규규제 쏟아내
정재계 지상대담
처벌·인센티브 병행하고
종사자 보호장치 마련해야
'코로나 이익공유제' 동의 못해
'초과성과 공유제' 검토해 볼만
안전·환경규제 강화 추세
산업국가 현실 간과해선 안돼
불합리한 규제 하나 철폐하고
수십개 넘는 신규규제 쏟아내
최근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처리로 재계의 우려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3법 이후에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이익공유제 등 추가 규제안이 줄줄이 국회 문턱에서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 국회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의 대담을 통해 대한민국 규제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정치권의 잇따른 규제입법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공정사회를 위해 규제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맞서고 있다.
▲양향자 의원=중요한 것은 어떤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규제는 없애야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몇 가지 단편적 기준만 가지고 무 자르듯 규제의 필요 유무를 판단하면 안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노동인권 등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에 공감할 것이다.
▲성일종 의원=우리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이 과도하게 비대해져 오는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시장의 자정작용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입법을 통해 시장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다만 대기업을 불공정한 세력으로 몰아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김용근 부회장=대기업들의 의사결정구조, 기업투명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법, 공정거래법과 같은 규제 입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배구조, 회계 등 경영 관련 법제도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 기업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진 현실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우태희 부회장=기존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는 옥상옥식 과잉입법이 많아진다면 기업의 부담은 계속 커지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정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취지도 이해가 되고, 기업들의 부작용 우려도 이해가 된다.
―입법 규제보다 규범을 통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나.
▲양=일리가 있다. 법이란 것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긍정적인 변화가 목적이기에 규제나 처벌 일변도와 같은 네거티브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변화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처벌과 규제를 완화해주는 포지티브한 방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성=그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같은 경우 자발적으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어 입법을 통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고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김=입법을 통해 규제하게 되면 즉각적인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규제와 처벌로 기업의 대응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강제적인 규제와 위반에 따른 처벌은 최소화하고 사회적 평가나 가이드라인과 같은 연성규범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우=지난 수십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규범의 영역까지 법의 잣대로 재단해온 사례들이 되풀이됐다. 최근 21대 국회에서 과잉규제들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도 해외처럼 규제입법영향평가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입법에 대한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권마다 규제개혁 목소리가 반복되지만 항상 제자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양=무슨 규제가 어떻게, 왜 문제가 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규제의 대상자들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알려야 한다. 또 규제개혁 과정에서 피해를 보게 될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보호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규제개혁은 기본적으로 수혜자와 피해자, 두 이해당사자 모두를 고려하는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성=실제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곳은 여당이나 대통령이 아닌 현장에 있는 공무원이다. 규제개혁을 하려면 공직사회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관료의식 타파와 기득권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앞으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한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보직순환근무보다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해야 한다.
▲김=규제개혁은 그 자체로 기득권자(시장지배자), 이해관계자의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어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간 여러 정부가 규제완화에 관심을 갖고 추진해도 부분적이고 단순한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안전, 환경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대적 패러다임인 것은 분명하나 국민소득 3만달러의 산업국가라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각 분야별로 세계 최고수준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어 우려된다.
▲우=규제개선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애써 불합리한 규제 1개를 철폐해도 국회에서 하루에 10개 이상의 신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우리도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중복 법률을 통폐합하고, 유사 법률을 의제처리하는 등 법제도를 간소화해야 한다.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배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외에도 이익공유제를 놓고 규제 논란이 여전하다. 향후 대응계획은.
▲양=기업 규제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영역이면서 정치의 영역이다. 어느 한 곳을 빼놓고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3+1(당정청+민간) 협의체가 필요하다. 실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 상반기에 대한상의 등 경제계의 리더십이 교체되는데 이것이 좋은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국민에게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이익공유제는 명확한 기준과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동의할 수 없다. 다만 2011년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검토해볼 만하다.
▲김=기업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과 악의적 민원 제기가 남발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징벌적손배제와 집단소송제를 동시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문제는 이해당사자들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익공유제는 기업의 경영원리와도 배치된다.
▲우=집단소송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법리상의 차이도 있고, 과잉처벌 가능성도 우려된다. 유통산업발전법도 소비자 후생, 유통의 규제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익공유제는 갑자기 이슈화해 당혹스럽다. 괜한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익공유제 추진에 신중해 줄 것을 요청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안승현 송주용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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