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편 증언 더 신뢰…의붓아들 친부에 ‘무죄’ 선고
[제주=좌승훈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38·여)이 결혼생활 동안 숨진 의붓아들 친부이자 남편인 A(38)씨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고소인인 고유정의 말보다 재혼 남편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박준석)은 20일 특수협박과 폭행·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7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고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A씨에게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 고유정의 주장이다.
A씨는 고유정의 무죄가 확정돼 미제가 된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친아버지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고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자 말리는 차원에서 신체적 접촉을 했을 뿐이라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고소인은 피고인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범행을 자인하게 만드려는 듯한 행동을 했지만 피고인은 일관되게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살과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는데도, 고소인은 자살 시도와 자해라는 언행을 집요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아령으로 고소인이 있는 방문을 부수기는 했지만, 추가 가해가 없는 점으로 볼 때 자해 등을 막으려 했다는 피고인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고소 시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고소인은 의붓아들 살인 의혹에 대한 대질 조사 이후, 뒤늦게 피고인을 고소하게 됐다”며 “이는 자신이 의붓아들 살해범으로 의심받게 되자, 복수감정 때문에 피고인을 고소했을 동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고유정이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해 수사에 혼선을 준 전례도 고려했다.
한편 고유정은 2019년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무인펜션에서 전 남편 A(사망 당시 37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의붓아들 살해 혐의도 추가됐지만, 원심과 항소심 법원 모두 고씨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받아 수감 중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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