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보도가 잇따라 나와서일까. 이날 분위기는 달랐다. 재무팀 직원은 그날 아침에도 LG 측에 동향을 확인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 LG 직원들도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예의 주시하고만 있다"며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틀 후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올해 CES에서 세계 최초로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폰을 공개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렇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축소·매각 작업은 조용히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다. 2~3년간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그 무렵 2012년에 산 나의 첫 스마트폰 LG 옵티머스 뷰2도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학생활 4년 내내 땅바닥에 내팽개쳐져도, 세계 어디를 가도 거뜬했다. 2016년 애플 '아이폰 7'으로 바꾸기까지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지도 않고, 아무 불편 없이 잘 썼다.
하지만 나와 달리 시장은 냉혹했다. 치고 나가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를 쫓아가지 못했고, 중저가폰 시장에선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에 치였다. 2019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 공장으로 옮기며 이를 악물었으나,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대로 주저앉았고, 6년간 쌓인 적자는 5조원이 넘는다.
대기업들도 여러 변화가 많은 요즘이다. 불경기라 산업계에도 'K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1위 회사로 몰리고, 어중간하면 금방 뒤처진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격차는 존재한다. 잘 되는 사업은 팍팍 밀어주고, 잘 안되면 과감하게 접는다. 이 과정에서 다치기 쉬운 건 역시 '사람'이다. 경제위기에도 사람 잘 안 자르기로 유명한 '인화'의 LG는 이번에도 스마트폰 사업본부 직원들에게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3000명대 규모의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불가피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LG의 묘수를 기대해본다.
seo1@fnnews.com 김서원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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