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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사, 유족·상속인에게 보험금 지급하라”
[파이낸셜뉴스] 국내 대형보험사가 국내거주 재외동포의 사망보험금을 유족이 아닌 사망자 소속 회사에 줬다가 법원판결에 의해 다시 유족에게 지급하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중국인 왕모씨(42)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최근 왕씨에게 2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왕씨의 남편은 조선족(한국계 중국인)으로 2015년 울산의 한 조선소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중 동료직원에게 살해됐다. 중국에서 비보를 접한 왕씨는 아들(3)과 함께 급거 한국으로 건너왔다. 장례를 치른 지 며칠 후 왕씨는 남편의 사망보험금이 자신이 아닌 남편이 소속된 회사에 지급된 사실을 알게 됐다.
왕씨는 “당시 회사측 관계자가 ‘회사가 보험금을 받아서 넘겨주겠다’고 했으나 보험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왕씨는 “한국말을 한마디로 모른데다 상중에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측에서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한 것뿐인데 보험금이 엉뚱한 곳으로 지급됐다”며 삼성화재측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삼성화재측은 “보험계약의 청약서에는 보험금수익자가 회사로 기재돼 있다”며 “보험금은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반박했다.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에 버거웠던 왕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측은 외견상 유효하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보험금 지급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주력했다.
단체보험 근거가 되는 근로자 대표-회사간 단체협약에는 보험금 수익자를 회사와 피보험자를 선택하게끔 돼 있었다. 그러나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상법에서는 ‘단체보험 계약에서 보험금 수익자를 피보험자나 그 상속인이 아닌 사람으로 지정할 때는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공단은 “단체협약상 보험금 수익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었으므로 보험사가 회사측에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1·2심과 대법원은 공단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화재가 왕씨 모자에게 2억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공단측 이일형 공익법무관은 “한 외국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공단의 변호사 등 많은 인력이 오랜시간 노력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서 각인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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