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정성 어디로? '입시비리·논문표절' 신뢰 잃은 대학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6 06:00

수정 2021.01.26 05:59

전 부총장 딸 입시비리 연세대 檢 수사
서울과기대·성균관대도 부정행위 나와
대학가 "드러난 부정, 빙산의 일각일뿐"
홍진영·설민석 논문표절 등 공정성 추락
[파이낸셜뉴스] 부정입학, 문제유출과 논문표절 등 공정해야 할 교육계에서도 위법사례가 속출하며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유명 교수는 물론 교직원과 학생들까지 위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정직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태 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이 동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교육부 수사의뢰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연대 교수 10명을 수사망에 올려둔 상태다. fnDB
이경태 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이 동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교육부 수사의뢰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연대 교수 10명을 수사망에 올려둔 상태다. fnDB

■대학교판 숙명여고 사태 속출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최명규 부장검사)는 이경태 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부총장의 딸 이모씨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망에 오른 연세대 경영대 교수만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씨 합격으로 인해 불합격 처분을 받은 잠재적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찮은 현실이다.

2016년 발생한 사건이 무려 4년이 지나 수사가 개시되는 동안 연세대는 이를 알아채지도 바로잡지도 못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사립대학교 종합감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조직적 부정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학교에서 발생한 부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부장판사는 아들이 수업을 듣는 교수로부터 기출 문제가 포함된 강의 자료를 전달받아 아들에게 전달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모씨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국립대학교 교수 신분임에도 이 교수는 일반 학생은 받아볼 수 없었던 자료를 “외부강의에 사용하겠다”며 속여 받아내 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이모씨는 이를 바탕으로 4차례 시험을 치렀고 우수한 학점을 받는데 성공했다. 아들이 받은 자료와 실제 시험 유사율은 50%를 훌쩍 넘겼다.

이 교수는 아들을 자신의 학교로 편입학하도록 했고 자신이 개설한 8개 과목에 응시하도록 하기까지 했다. 아들은 모두 A+학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증거를 잡지 못해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과기대 다른 교수 2명은 필기시험에서 꼴찌를 하고 토익성적도 제출하지 않아 서류전형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이 학교 행정직원 딸 심모씨의 시험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성균관대학교에서도 약학대학 교수 이모씨가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을 쓰도록 하고 자신의 딸을 단독 저자로 해 학술지에 등재시켰다가 구속되는 사례가 있었다. 딸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국립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교수들이 개입된 불공정행위가 거듭 발생해 논란이 됐다. fnDB
국립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교수들이 개입된 불공정행위가 거듭 발생해 논란이 됐다. fnDB

■내부자 폭로도 어려워··· "문제 더 많다"

공정해야 할 교육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거듭되고 있지만 대학교는 불법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일부 문제의식을 느끼는 대학교 구성원들도 없지 않지만 혹여 정교수 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쉬쉬하는 형편이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이런 비리가 많은 사람들이 개입되는 게 아니라 소수의 몇 명이 증언을 해주고 증거도 확보해줘야 하는데 문제가 이미 나온 사건에서도 불이익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증거가 나왔다 하면 누가 말했구나 이런 게 나오다보니까 그런 건데 학교에서 이런 걸 철저히 보호하고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서울 한 사립대학교에서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A씨는 “사실 교수 자식 논문이나 봉사활동을 아예 대신하게 하는 정도까진 아니라도 연구에 이름을 끼워주고 하는 건 많이 봤다”면서도 “불공정하고 부당한 일을 겪는다고 해도 이게 이쪽 문화라고 생각하지 자기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밖에 알리겠나”하고 털어놨다.

대학가의 뿌리 깊은 불공정은 성실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지까지 꺾는다.
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생은 "홍진영이나 설민석이 논문표절하고도 잘 나가고 교수들도 불법으로 뉴스에 나오는데 그런 걸 본 학생들이 성실하게 공부할 수 있겠냐"며 "이번에 변시문제 논란이나 비대면 수업 때 컨닝사건이 계속 터지는 건 대학교에 더이상 공정함이 없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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