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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1: 국채 찍어 재정으로 지원
방안2: 은행·기업 팔 비틀어 기금
방안3: 보편적 증세로 근본 대처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여야 정략적으로 접근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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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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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퀴즈 하나. 아래 글을 읽어보자.
"어떤 이들은 대궐 같은 집에 살건만 어떤 이들은 추운 겨울에도 그저 오두막이라도 쫓겨나지만 않았으면 하면서 손 모아 빈다…가난한 이들은 혹시나 큰 병에 걸릴까, 일자리를 잃게 될까, 온갖 험한 일들을 두려워하며 불안에 떤다. 정말로 000 사회가 선량한 시민들의 가정이 되어 줄 수 있으려면 각종 계급 차별을 철폐하며, 사회적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하며, 경제적 균등화를 달성해야 하며, 노동자들은 경제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누가 한 말일까. ①스탈린 ②박근혜 ③트럼프 ④한손. 정답은 맨 뒤에.
피해 보상 방안1: 재정
회사 근처에 헬스장이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 때문에 수시로 문을 닫았다. 헬스장 주인들이 문을 여는 오픈 시위를 강행한 끝에 얼마전 간신히 문을 다시 열었다. 헬스장 주인이나 종업원 같은 코로나 피해자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에 찬동한다. 강제로 문을 닫아놓고 보상은 나 몰라라 하는 건 불한당 짓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네 번이나 편성한 것은 6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을 준 것은 처음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코로나 피해를 보상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재정을 동원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채를 찍으면 된다.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이 그렇게 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돈(예산)이 없다며 모자라는 돈은 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그러라고 허용했다. 추경안은 국회 본회의를 속속 통과했다. 이 돈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국채는 뒤끝이 있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나라 살림이 엉망이 된다. 빚에 허덕이는 월급쟁이를 생각해 보라. 월급에서 대출 이자가 뭉텅 빠져나가면 지갑이 홀쭉해진다. 정작 써야 할 데 쓸 돈이 없다. 나라 곳간도 마찬가지다.
국채는 미래세대를 등치는 악당이라는 점도 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수혜자인 현 세대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미래세대에 덤터기 씌우는 격이다. 전형적인 기득권의 횡포다 .
경제의 펀더멘털, 곧 기초체력이 약골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해외에선 한국 경제를 단단한 경제로 평가한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도 최상위 등급을 준다. 무디스 등급은 프랑스, 영국과 같은 Aa2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튼튼한 재정건전성이 고득점 요인이다. 한국은 부자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복지예산을 늘리고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느라 나랏빚이 껑충 뛰었다. 사실 가만 둬도 나랏빚은 늘어나게 돼 있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노인은 넘치고 아이 울음소리는 뚝 그쳤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 보상 논란 속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맞다.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한국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육박한다. 40%가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60%를 말하는 나라가 됐다.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곳간지기 역할은 기재부의 권리, 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요청한 준엄한 의무와 소명"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정을 망친 정부라는 주홍글씨가 두고두고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다. 한번 깨지면 붙일 수도 없다. 그래서 늘 살살,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낸 손실보상·상생 특별법엔 국채를 한국은행이 인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11조). 참 쉽다. 그러나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 한은이 돈을 마구 찍어내면 돈 가치가 뭐가 되겠는가. 결국은 값어치가 떨어지는 만큼 모든 사람한테 돈을 조금씩 갹출하는 셈이다.
피해 보상 방안2: 기업 팔 비틀기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을 때리고 있다. 먼저 은행 등 금융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16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비롯해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임대인, 임차인들의 금융부담, 이자부담을 완화해달라"고 금융사에 요청했다. 은행은 코로나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이때 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치가 대출금 이자를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걸 두고 여론도 마땅찮게 여겼다.
이에 굴하지 않고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꺼냈다. 지난 11일 "코로나로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층을 돕자"고 제안했다. 이때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는 갑, 기업은 을이다. 기업들은 입을 꼭 다문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주 다시 금융권을 정조준했다. 이번엔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나섰다. 홍 의장은 21일 '착한 금융'에 선뜻 동참하지 않는 금융권을 향해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 혈세 160조원이 (금융권에) 투입됐다"고 투박하게 말했다. 그때 입은 특혜를 지금 갚으라는 얘기다.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맬 수는 없는 법이다. 막무가내로 은행과 기업 팔을 비틀어 '협찬'을 강요하는 건 하책이다. 반발이 크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계속 비틀면 찔끔 시늉은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의 억지 동참은 정권이 바뀌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여러번 봤다. 아무리 명분이 근사해도 기업 팔을 비트는 건 하지 않는 게 좋다. 그것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 기업도 옛날 기업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 총수는 지난해 말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것을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기업들은 당장 몇 대 맞더라도 버텨야 뒤탈이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행여 기업 비틀기가 민주당의 편 가르기식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그나마 법제화는 바람직하다. 법에 근거를 두면 뒤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든 기업이든 상장사가 이익을 함부로 쓰면 당장 배임 우려가 있다. 배당이 줄기 때문에 주주들도 싫어한다. 법제화를 통해 설득력 있는 인센티브(대가)를 제공하면 은행과 기업도 좀 더 편한 맘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한계는 있다.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듯 기업 이익도 화수분이 아니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때 여야 합의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자고 합의했다. 관련법을 손질하면서 인센티브도 담았다. 그러나 이 기금은 목표액을 한참 밑돈다. 오죽하면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경영진을 불러 기금 출연을 독촉했을까. 그래도 기업들은 말을 안 듣는다. 왜? 까딱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으니까.
피해 보상 방안3: 보편적 증세가 종결자
재정도 기업 비틀기도 한계가 있다면 다른 방안은 없을까. 있다. 증세다. 증세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뒷받침하는 재원 조달 수단이다. 코로나 사태 같은 일이 터져도 복지가 탄탄하면 가게 문을 여네 마네 다툴 소지가 줄어든다.
왜 코로나 피해 보상 논란이 불거졌나? 한국의 사회안전망 구멍이 숭숭 뚫린 게 근본 원인이다. 특히 실업안전망이 그렇다. 고용보험은 회사에서 다달이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에겐 그런대로 괜찮다. 일자리를 잃으면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를 9개월 동안 받을 수 있다. 일정 기간 비빌 언덕이 생기는 셈이다.
자영업자는 고용안전망이 사실상 전무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률이 1%를 밑돈다. 온전히 자기가 내야 하는 보험료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반반씩 내는 임금근로자와 다르다. 이러니 가게가 문을 닫으면 그냥 절벽이다. 9개월은커녕 한 두달 기댈 언덕조차 없다.
고용안전망이 열악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겐 국가의 배려가 필요하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버팀목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돈이 든다. 이 돈은 국채만 갖곤 안 된다. 국채는 임시변통용이지 항구적 재원 조달 수단이 아니다. 하물며 기업 팔을 비트는 건 턱도 없다. 보편적 증세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재원 조달 창구다.
안다. 증세가 어렵다는 거. 더구나 오는 4월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잡혀 있다. 올 가을부터 내년 봄까진 대선(2022년 3월9일)의 계절이다. 이러니 어떤 정치인이 감히 보편적 증세를 이야기하겠는가. 자기 정치생명을 단두대 앞에 내놓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근본적인 코로나 피해 보상책, 나아가 더불어 사는 국가의 조건으로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당장 물 한바가지가 급한데 언제 증세를 기다리냐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모델이 있다. 북유럽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삶의 질 랭킹에서 이웃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함께 늘 수위를 다툰다. 부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부럽다고 말만 해선 한국이 스웨덴처럼 될 수 없다. 스웨덴 복지의 비결은 단순하다. 세금 더 걷어서 알뜰살뜰 쓰면 된다.
사민당 '국민의 집' 모델
대공황이 터지고 얼마 뒤인 1932년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집권했다. 총리는 페르 알빈 한손. 그는 국민의 집(Folkhemmet)을 제창했고, 14년간 재임하면서 그 기틀을 놓았다. 사민당은 한손-에를란데르-팔메에 이르기까지 세 총리가 총 44년 간 집권하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를 완성했다.
국민의 집은 가정을 국가로 확대한 개념이다. 한손 총리는 좋은 가정을 "언제나 평등, 배려, 협조, 도움이 가득한 곳"으로 규정한다. 이를 국가로 넓힌 게 바로 국민의 집이다.
스웨덴이 힘든 시절에 복지의 기반을 놓은 데 주목하자. 대공황은 스웨덴을 비껴가지 않았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출산율도 하락했다. 이때 군나르 뮈르달(1898~1987)이라는 걸출한 경제·사회학자가 등장한다. 나중에 노벨경제학상(1974)을 받는 뮈르달은 아내 알바 뮈르달과 함께 1934년에 '인구문제의 위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스웨덴 복지국가의 뼈대가 된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양육, 교육, 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보다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게 돋보인다.
뮈르달이 제시한 정책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든다. 사민당 정부는 혜택을 넓히는 대신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이른바 고부담, 고복지 구조다. 세금을 낸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온다는 믿음만 있으면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다고 봤다. 스웨덴 세금부담은 입이 쩍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국민부담률은 2017년 44%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은 약 27%다. 국민부담률은 세금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친 금액을 GDP와 비교한 수치다. 종종 높은 세금 때문에 스웨덴 부자들이 세금 싼 나라로 탈출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스웨덴 복지는 끄덕없다. 정치권도 복지 제도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 복지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두고 이견이 있을 뿐이다.
한국은 압축성장한 나라다. 요즘 해외 통계를 보면 어느새 한국은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된다. 개도국에 남고 싶어도 더 이상 남을 수 없는 나라다. 복지도 유럽 선진국 수준으로 압축해서 따라갈 순 없을까. 한국 자본주의는 여태껏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젠 좌우, 앞뒤 살펴가며 걸어갈 때가 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종하되 따듯한 자본주의, 배려하는 자본주의, 약한 이를 일으켜 세우는 자본주의, 우리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까
맨 앞 퀴즈로 돌아가면 정답은 ④번, 스웨덴 총리 한손이 1928년에 한 연설이다(하수정 저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에서 인용). 계급철폐라는 단어가 나온다고 스탈린을 골랐다면 오답.
영어 속담에 '구름마다 은빛 테두리가 있다'(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라는 표현이 있다. 어려움 속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뜻이다. 구름이 코로나 위기라면, 은빛 테두리는 한국 복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증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부자와 대기업은 물론 저소득층까지 빠짐없이 짐을 나눠지는 보편적 증세는 더욱 그렇다. 스웨덴 국민의 집은 모든 이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 세금 무서운 줄 안다. 그래야 전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복지예산을 지켜본다. 다름아닌 내가 낸 돈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증세 논의는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좋다.
누군가 이 기회를 잡길 바란다. 그 사람은 한국형 국민의 집의 초석을 놓은 사람으로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이익공유제 화두를 띄운 이낙연 대표,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에 그 역할을 바란다면 무리일까.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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