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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는 90.4%
[파이낸셜뉴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투자보고서의 '매수의견' 비율이 8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도 의견을 비교적 활발히 내는 외국계증권사를 제외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진다. 증권업계 스스로도 매수 일변도의 투자의견 제시는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외 47개 증권사가 내놓은 종목투자보고서의 81.5%는 매수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2019년 78.6%에서 2.9%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중립의견 비율은 17%에서 14.1%로 줄었고 매도의견은 4.4%로 전년과 비슷했다.
국내 31개 증권사(유안타증권 포함)의 매수의견 비율을 별도로 추산하면 90.4%로 훌쩍 뛴다.
리딩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은 모든 보고서가 매수의견을 제시했고 키움증권(99.4%)과 교보증권(98.1%), 카카오페이증권(95.7%), 한화투자증권(95.2%) 등도 95% 이상이었다.
매수의견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국증권(68.9%)이었다. 부국증권은 2019년(63.5%)에도 매수의견 비율이 60%대였다. NH투자증권(70.3%)과 KB증권(77.9%)도 평균 이하로 집계됐다.
발간 보고서 중 매수의견 비율이 70% 이하인 증권사들은 모두 외국계였다. 모간스탠리증권이 지난해 발간한 종목투자보고서 가운데 매수의견은 42.3%로 전년에 이어 가장 낮았다. 제이피모간증권 서울지점(48.1%)도 절반이 채 안 됐고,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50.1%)과 UBS증권 서울지점·도이치증권(51.4%),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52.3%) 등도 절반 수준이었다.
매도의견 비율이 20%를 넘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매도의견을 내는 곳도 있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34.1%)과 CLSA코리아증권(25.7%),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22.2%) 등의 매도의견 비율은 20%가 넘었다.
국내 증권사에 속한 애널리스트일수록 매도의견을 직접 제시하기보다는 중립(보유)의견이나 비중 축소로 에둘러 표현하거나 매수의견을 유지하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인 애널리스트는 "노골적으로 매도의견을 낸다면 해당 기업엔 다시 발을 들이지 못하고 사실상 관계가 끊길 것"이라며 "투자자 항의전화도 자주 오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내부요인보다는 외부의 압력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평가 기준 자체를 애널리스트에게 일임하고 있으나, 계속 바이(매수)의견을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매수의견 일변도는)강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목표주가와 실제 퍼포먼스 간 괴리를 평가하는 것 등 내적 압력이 있음에도 (애널리스트에게는)여러 반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발행사인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매도의견 개진에 대한 부담도 비례한다. 이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들은 기업과의 비즈니스가 굉장히 많은데, 코스닥 중소형 회사는 증권사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큰 기업은 리서치 외에도 거래 관계가 있는 탓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서치센터가 전문가 집단이라면 이를 감내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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