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압도적 존재감' 건반의 神들이 온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5 17:25

수정 2021.01.29 23:02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 줄줄이 내한
계약 마무리된 공연만 현재 30여개
5월 거장 바렌보임 '전설의 데뷔' 
독보적 색채 젊은 연주자 레비트
하반기 부흐빈더, 비르살라제, 올라프손...
다니엘 바렌보임 /사진=해프닝피플
다니엘 바렌보임 /사진=해프닝피플
가히 '피아노 신(神)'들의 제전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일정을 취소했거나 공연날짜를 못잡던 해외 연주자들이 속속 올해 내한 일정을 확정하고 있다. 공연 당일까지 변수가 있긴 하나 이대로 올려진다면 예년의 2∼3배 수준에 이르는 물량이다. 25일 현재 계약이 마무리된 해외 주요 피아니스트 공연만 30개가 넘는다. 피아니스트는 나홀로 입국해도 무대가 가능한 유일한 연주자다.
코로나19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클래식 기획사들이 선택하기 좋은 장르다. 2∼3년 전부터 공을 들인 섭외가 이제서야 성사된 측면도 있다.

이고르 레비트 /빈체로(c)Peter Meisel
이고르 레비트 /빈체로(c)Peter Meisel
연주자들 면면을 봐도 올해는 기록적이다. 5월 당도할 이스라엘 출신 다니엘 바렌보임(78)을 향한 관심은 두말할 것도 없다. 3살에 피아노를 배운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출발해 지금은 20년째 세계 최고 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슈타츠카펠레를 이끄는 지휘계 거장. 매번 거침없는 발언과 신념에 찬 행보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섰다.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여러나라 중동 청년들로 꾸린 서동시집오케스트라는 중동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런가하면 아내였던 '영국의 장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가 병마와 싸울 땐 나몰라라했던 비정한 남편이었다. 그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지금의 바렌보임이 세계 클래식계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도 없다.

바렌보임의 내한 무대는 1984년, 2011년 딱 두번 있었다. 두 번 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왔다. 올해 내한 무대는 오롯이 바렌보임 혼자의 몫이다. 이를 두고 '전설의 데뷔'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는 5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확정한 가운데 수도권 추가 공연을 조율하고 있다. 바렌보임은 지난해 도이체그라마폰(DG)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발매한 뒤 리사이틀 투어를 추진하다 코로나 사태로 접었다. 기획사 해프닝피플 박준식 이사는 "올해 투어를 새로 준비하면서 시작 거점을 한국, 일본, 중국으로 잡은 것"이라며 "자가격리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 무대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바렌보임은 자가격리 기간 그랜드피아노를 거주할 호텔에 비치해줄 것을 계약서에 의무조항으로 넣었다. 무대는 베토벤 소타나만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c)Marco Borggreve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c)Marco Borggreve

5월 바렌보임보다 3일 앞선 16일 무대에 서는 러시아계 독일인 이고르 레비트(33)는 바렌보임에 버금가는 폭발력이 있다.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연주로 객석에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해외 주요 공연장 섭외 1순위로 떠오른지 제법 됐다. "개성과 기량, 국내 공연 희소성에 비춰볼 때 올해 가장 기대되는 공연"(피아니스트 김주영), "러시아 특유의 외골수적인 색채를 보이면서도 유럽적인 시각을 가진 독보적인 연주자"(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라는 평이 나온다. 201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내한한 적 있지만 레비트 역시 단독 리사이틀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연주곡이 모두 베토벤 소나타다. 유럽의 가장 핫한 30대 피아니스트 레비트와 세계 클래식의 역사 바렌보임의 베토벤 배틀이 5월 서울서 열린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트홀(c)Bonsook Koo
엘리소 비르살라제 /금호아트홀(c)Bonsook Koo

베토벤의 피아노 향연은 9월 절정을 이룬다. 현존하는 베토벤 해석 최고 권위자로 추앙받는 루돌프 부흐빈더(74)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도전에 나선다. 9월 18·19일 이틀동안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함께 무대에 선다. 부흐빈더의 국내 팬층은 탄탄하다. 여러 단독, 협연 공연이 있었지만 매번 놀라운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베토벤은 내 대표 레퍼토리일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중심"이라고 말해온 음악가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는 "흥행과 공연 완성도 면에서 이만한 보증수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c)Ari Magg
비킹구르 올라프손 /마스트미디어(c)Ari Magg

피아노신들의 제전 마지막 불꽃은 12월 활활 타오른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보를 잇는 엘리소 비르살라제(78), 음악적으로 초절정기에 접어든 미하일 플레트네프(63), 고전과 현대를 창조적으로 해석해온 개성파 비킹구르 올라프손(36), 아르헤리치를 잇는 남미 거인 넬손 프레이레(76)가 2일, 4일, 9일, 10일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중 관록의 거장 틈에 낀 올라프손의 저력이 만만찮다.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올라프손은 드뷔시, 라모 등 흔히 잘 파고들지 않는 작곡가들 곡은 물론 고전 바흐 연주마저 너무나 신선해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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