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네이버와 쿠팡, 구글,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시 표준계약서 마련, 과징금 부과 기준 등을 마련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국내외 20~30개 IT업체가 온라인플랫폼법 중개거래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등 특정 결제방식 행위에 대해선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번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과 관련해 IT업계는 이중규제 우려와 핀셋 규제의 필요성 등을 우려했다.
매출액 100억원 '이상' 규모 대상…'인앱결제' 사후 제재 주목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온라인플랫폼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둔 디지털 공정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해 지난 9월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쳤다.
입법예고 당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법 적용 대상이다. 매출액 100억원 '이내'의 온라인플랫폼에서 매출액 100억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 또는 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사업자에 한해 법이 적용되도록 수정됐다. 작은 스타트업까지 성장을 저해한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였다.
제정안의 핵심은 분쟁 예방을 위해 계약서 작성·교부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주요 항목은 계약서 필수기재사항으로 지정했다. 계약내용 변경, 서비스 제한과 중지, 계약해지 시 해당 내용 및 사유는 미리 통보하도록 하고, 현행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조항을 구체화해 적용한다.
국내 IT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등 특정 결제방식 강제행위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았다. 다만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위 제정안에는 재화나 용역을 구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유형에 해당한다면 포괄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해 향후 규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을 어길 경우 과징금 부과기준은 강화된다. 과징금 한도는 '법 위반 금액의 2배', 정액 과징금 한도는 '10억원'으로 기준을 더 강화했다. 단, 형벌의 경우 보복 조처나 시정 명령 불이행에만 부과하도록 했다. 형벌이 온라인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는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번 달 내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 사무처장은 "플랫폼업계 주장대로 규제를 조금 더 낮추자는 의견과,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장 적정 수준의 법안을 찾아가는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셋 규제로 플랫폼 경쟁력 높여야"
온라인플랫폼법 영향권에 들어간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을 비롯해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 국내외 IT업계는 향후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경제 특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 비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경우만 '핀셋 규제'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등 온라인 플랫폼 기반 광고는 노출 영역이 제한된 오프라인 광고와 달리 '갑을' 등 플랫폼 사업자의 주관적 개입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온라인 광고는 사업자 웹사이트를 광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화나 용역정보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플랫폼 사업자 개입 여지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적용 대상에 해당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관련 '이중규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내용이 금지행위를 포함하고 있어 EU나 일본보다 규제수준이 높다거나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정안에 포함된 금지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에 규정되어있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금지조항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새로운 규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이중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됐다.
공정위가 '매출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 원 이상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넘는 플랫폼 사업자'로 법 적용 대상을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나왔다. 우선 구글·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매출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경제 특성을 반영했을 때, 플랫폼 비즈니스 안에서 급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산업 특성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높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만 많아지고 있다"며 "향후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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