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이후 곱지않은 시선에
中동포 "똑같은 사람인데" 서운
대림동 강력범죄 해마다 줄어도
주민들은 범죄도시 낙인에 고통
中동포 "똑같은 사람인데" 서운
대림동 강력범죄 해마다 줄어도
주민들은 범죄도시 낙인에 고통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송모씨(54)는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대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이 중국 동포 혐오로 번져 안타깝다는 것이다. 송씨는 "조선족(중국 동포)이라고 해서 모두가 흉기를 들고 싸우지 않는다"며 "우리도 똑같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중국동포에게 번진 '흉기난동' 비난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대림동에서 흉기로 남녀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 동포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같은 중국 동포인 50대 남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주범 격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여자친구가 재결합을 거부해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비난의 대상은 용의자 2명이라기보단 '조선족' 전체에 가까웠다. '조선족은 동포가 아니다' '대림동은 중국인 소굴이라 무섭다' 등 댓글에는 수백개의 '좋아요'가 찍혔다.
대림동을 터전으로 수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 동포들은 또다시 번진 '혐오'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일부 극단적인 사례가 중국 동포 대다수의 일상인냥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림동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곽모씨(82)는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러왔지만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는 거 같다"며 "익숙해지는 듯 하다가도 가끔은 서럽다.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작 중국 동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대림동에서 오래 거주하거나 일해 온 주민들은 중국동포에 대한 이미지가 과장된 점이 많다고 전했다. 7년간 대림동에서 약사로 일해 온 이모씨(80)는 "처음 대림동에 올때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살다 보니 크게 다르지 않더라"며 "문화수준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림동이라고 해서 특별히 범죄가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고 전했다.
■"돈 벌기 위해 왔는데 적대심 느껴"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랫동안 축적돼왔다.
특히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 일부 범죄 영화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동포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됐다.
이중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은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대림동 주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라"는 법원의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과거 통계조사에선 중국 동포의 범죄건수가 다른 국적자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중국인 범죄자는 1858명으로 조사됐다. 동일한 기준으로 내국인 범죄자가 3369명인 것을 고려하면, 많다고 보긴 어려운 수치다. 또 대림동 일대 살인·강도 등 5대 범죄 발생건수는 2015년 상반기 624건, 2016년 521건, 2017년 471건으로 3년 동안 25%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기웅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중국 동포의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국내에 입국한다"라며 "여기에서 오는 적대심과 빈부격차 등이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축적되는 동안 이를 상쇄할 긍정적인 이미지는 생산되지 않았다"라며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를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