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범죄 고발은 2차 가해? 장혜영 주장 타당한가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7 15:47

수정 2021.01.27 17:53

장혜영, 김종철 전 대표 피고발에 '유감' 표명
"일상 복귀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라 주장해
친고죄 폐지 당시 여성단체·통진당 어땠나
성폭력, 처벌대상인 사회적 '범죄'로 규정
[파이낸셜뉴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가해자인 김 전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에 유감을 표했다.

사회적 단죄만 원했던 장 의원은 고발로 인한 법적처벌을 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성계가 찬성해 친고죄를 개정한 결과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를 수사해달라는 단체들의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사진=박범준 기자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를 수사해달라는 단체들의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사진=박범준 기자

■영등포 이어 서초서도 김 전 대표 고발장 접수
2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관청피해자모임이란 단체가 김 전 대표를 형법상 강제추행과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로 고발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전날인 26일 활빈단이란 단체가 김 전 대표를 서울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 데 이은 두 번째 고발이다.

이들 단체는 김 전 대표가 당대표 권한과 위력으로 벌인 성범죄 사건으로,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처벌을 받을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15일 식사자리를 가진 뒤 김 전 대표가 장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25일 오전 공개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당 대표 직을 물러났다.

경찰 고발이 이뤄진 뒤 장 의원은 “저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라며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개정된 취지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권리를 확장하자는 것이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공동체적 책임, 나아가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왜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을 통해 다시금 피해를 상기하고 설명하며 그 과정에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인 자신의 의사와 달리 법적 책임을 묻는 게 부당하는 취지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된 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fnDB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된 서울 서초경찰서 전경. fnDB

■여성계 요구로 친고죄 폐지됐는데
2013년 친고죄 폐지에 따라 고발이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력정당 대표의 당내 성추행이란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크고 현행법상 불법이므로 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범죄행위가 입증된 상황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 처벌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건을 폭로한 장 의원이 직접 친고죄 폐지 취지를 거론했지만 법을 취사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권한 남용이라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부산시장 사건에서도 경찰이 고발 들어온 거 외에 인지수사를 한 사례가 있다"며 "가해자 본인이 인정했는데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정치권력에 관대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친고죄 폐지는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남인순 의원과 여성계 유명인사들은 19대 국회 최대 성과로 친고죄 폐지를 꼽기도 했다.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 규정이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확산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게 폐지론의 이유였다. 결국 개정안이 통과되며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경찰이 인지해 수사하고 처벌하게 됐다.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고발 역시 친고죄 폐지 취지에 부합한다.

정의당 전신격인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역시 친고죄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폐지 당시 통진당 여성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더 이상 성폭력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뒤늦게나마 제도화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성단체의 지속적 요구로 친고죄가 폐지된지 8년이 됐음에도 공당 대표의 범행에 법적 처벌이 아닌 공동체적 책임만 묻겠다는 모호한 주장을 내놓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