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루 선별진료소, 팬데믹, 언택트·온택트, 원격수업, 긴급재난지원금, 자가격리, 음압병실, 코로나 블루,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여파로 부쩍 친숙해진 용어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27일은 제주도에 코로나19 대책본부가 들어선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코로나19 쇼크로 지난해 제주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마이너스 3.0% 내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마이너스 0.9%) 이후 처음이다.
제주경제 비중의 30%를 자치하는 ‘관광서비스업’은 가장 피해가 컸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 간 접촉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관광객이 2019년보다 500만명이나 줄었다. 한 주에 382차례나 운항되던 국제선도 무기한 끊기는 ‘셧다운’(일시 중단)도 경험했다. 제주공항에 국제선이 모두 끊긴 것은 1968년 국제공항 인증을 받아 이듬해 일본 오사카 직항편이 개설된 후 51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어두운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주도내 골프장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다. 골프장 이용객이 2019년에 비해 되레 14.7%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외국으로 나가지 못한 다른 지방 골프 동호인들이 제주도로 몰린 결과다.
제주공항 이용객 수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19년에 비해 32.5%(1004만9561명)나 줄었지만, 서울(김포)-제주 구간은 여전히 왕복운항 횟수로 세계 1위다. 가장 붐빈다. 국내선 여객 비중도 전체 노선의 절반(49.4%)을 차지한다. 절대적이다.
위기는 기회다. 지금 제주여행 행태의 가장 큰 변화는 ‘자연으로의 회귀’다. 코로나19 이전, 제주를 찾은 사람들은 곱게 단정한 제주의 겉모습만 보고 갔다. 하지만 요즘은 변했다. 유명 관광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제주의 하늘과 바다, 뜨거운 태양아래 삐들삐들 타들어가는 억새밭 풍경, 주민들의 삶의 숨결이 진하게 밴 오름과 초원에서 묻어나는 제주의 체취, 샛노란 유채향보다 더 진한 제주의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코로나19에도 제주관광이 뜨는 이유다.
답은 자명해졌다. 정체성 회복이다. 섬은 섬다워야 한다. 단체·깃발관광은 끝났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효과적’이어야 한다. 자연 훼손은 막고 사회적 비용은 줄이며 만족감을 높이는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제주관광공사가 코로나19 이후 도내 주요 관광지 연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안전·청정 관광을 추구하는 언택트 여행·웰니스 관광이라든지, 자연경관(오름) 감상, 야생여행(캠핑·그램핑), 도로유랑(차박), 체험활동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제주관광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사하는 바가 크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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