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코로나 블루 확산
고용·취업·관계단절 스트레스
우울·분노·무력감으로 표출
20~30대 자해 2배나 증가
정부, 심리대응 방안 강화
고용·취업·관계단절 스트레스
우울·분노·무력감으로 표출
20~30대 자해 2배나 증가
정부, 심리대응 방안 강화
코로나19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년째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감염병 국면에서 재정적 어려움과 관계단절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당면한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가 질병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정상의 정상화, 불안·우울·분노로
27일 보험연구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불안과 우울, 분노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지난 한 해 크게 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20년 상반기까지만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고, 코로나19 장기화가 현실화된 하반기엔 더욱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 우려로 병원을 찾은 시민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고려하면 정신과 진료 급증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코로나19로 외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생활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20대 여성층은 정신과 내원비율이 전년 대비 21.7%나 늘었다. 상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관계단절과 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잇따른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박모씨(40대)는 매일 가족 몰래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과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5월 회사로부터 무급휴가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무급휴가의 근거가 된 매출하락이 실제로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노동청에 알렸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호소해왔다.
박씨는 "노동청에서 회사와 화해하라고 하고 회사도 다시 정상근무를 하게 해줬다"면서도 "갑자기 팀이 옮겨지고 업무도 너무 많이 내려오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고, 잠도 안 와서 약을 안 먹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씨처럼 내원해 진료를 받지 않더라도 지자체 등에 설치된 심리상담센터에서 전화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뤄진 상담건수는 1만9000건에 육박한다. 전년도 전체 상담건수가 1만3067건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하반기에 더 많은 상담이 몰렸단 점을 고려하면 심리적 문제가 심각 수준에 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나마 깊이 있는 심층상담을 할 기회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가 4차례에 걸쳐 청년 마음건강 심층상담 지원자를 모집할 때마다 수백~수천명씩 요청이 몰려 금세 마감되기까지 했다.
■코로나19 심리문제도 대응해야
고용불안과 취업문제, 관계단절, 재정악화 등 다양한 사례는 우울과 분노, 무력감 등으로 표출된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회입법조사처도 외출·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 감염 확산에 따른 건강 염려, 취업·일자리 유지의 어려움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한 경우 신체적 증상으로 발병하는 사례까지 있다. 술과 담배에 의존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원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음주와 흡연으로 대응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20대와 30대가 자해로 병원에 실려온 건수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충격적 통계까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현실화되자 방역과 경제적 대응에 더해 심리대응 방안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검진 후 위험상황에 있는 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정신과로 연계할 경우 수가를 부여하고, 심리서비스 종사자수도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트라우마센터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고용불안, 괴롭힘 같은 원인을 못 잡는데 상담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를 핑계로 노동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많이 늘어났는데 확인된 경우라도 강하게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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