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947년부터 핵을 비롯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를 개념적으로 표현해 온 '지구 종말의 날 시계' 가 종말을 뜻하는 자정에서 100초 전에 멈췄다. 지난해 시간과 같은 위치다.
미국의 핵과학자 단체 핵과학자회보(BAS)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지구 종말의 날 시계를 1년 전과 같은 자정 100초 전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BAS는 지구 종말을 재촉할 위험 요소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기후 변화, 핵무기, 가짜 뉴스 등을 꼽았다. 회보는 "팬데믹은 국가들과 국제 체계가 전 세계적 비상 사태를 적절하게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그럴 의향도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어 "각국 정부는 기후 변화를 충분히 다루는 데 실패했다"며 "기후 변화가 일으킬 최악의 영향을 피하려면 앞으로 10년간 화석 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BAS는 또 "미국과 러시아의 핵 현대화 노력이 계속 빨라지고 있다"며 "북한, 중국, 인도, 파키스탄도 더욱 향상된 대규모 핵전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BAS는 아울러 북핵 문제를 따로 언급하며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2020년 북한과 미국 사이 고위급 회동이 없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구 종말의 날 시계는 1947년 핵개발 사업에 관여한 미 과학자들이 만들었다. 1년에 1~2회씩 시간을 조정하며 자정이 되면 지구가 종말한다는 개념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최고조이던 1953년에는 오후 11시 58분을 가리켰다.
시곗바늘은 지난해 1월 조정에서 오후 11시 58분 20초로 20초 당겨져 역대 가장 종말에 근접했다. BAS는 원래 핵전쟁 위험만을 반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 유전자 편집, 사이버 공격 등 다른 위협요소들도 고려하고 있다.
BAS는 1년 사이 각종 위험이 증가했으나 새롭게 출범한 미 정부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선언한 점을 감안했다.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통제를 위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5년 연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시곗바늘을 그대로 놔두기로 결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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