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전문가 "지금은 눈치만..아군 아니면 적군 논리에 말문 막혀"
[파이낸셜뉴스] 이정도면 광기(狂氣)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통상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인터넷상에서 '조정 가능성' 등 부정적인 분석에 악성 댓글 등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최근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맘카페를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부 포착됐다. 코스피 3200선을 기록키도 한 한국 주식시장의 민낯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증권사의 A씨는 최근 맘카페에서 본인에 대한 악성 게시물 및 댓글로 홍역을 앓았다. 공매도 등 건전한 조정에 대해 말한 것이 시발점였다.
A씨는 "지금은 개인들이 자신감이 있어 꺾일 분위기는 아니지만 싸게 사서 계속 들고 갈 수 있는 구간은 아니다"며 "다만 여의도 사람들은 지금 개미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말을 잘못하면 난리다. 맘카페 같은 곳은 막강한 여론 형성을 하고 있다. 주가가 올라온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지수대와 관련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기대치를 앞당겨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주식 시장을 3, 6개월 단위로 바라봤다. 지금은 4~5년 뒤의 긍정적인 실적까지 바라보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글로벌에서 경기가 확장기에 들어가면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가 좋아진다', '오랫동안 투자해온 대기업 집단의 회사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도다"며 "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전문가인 B씨는 "얼마 전 맘카페에 잘 보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주식판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키도 했다.
주식 시장 우상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중기자산배분안을 만들기 위해 적용한 평균분석모형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0%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완전히 국내주식을 못줄이더라도 국내주식 비중을 2020년 말 17.3%에서 2021년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축소키로 한 것은 중기자산배분을 통해 이미 확정된 일이다.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이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원 넘게 내다 판 것은 목표 국내 주식 비중을 이미 채운 영향이다. 연초 주가 급등에 따라 주식 평가가치가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이 올라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면 의결권을 통한 간섭이 커져 연금사회주의를 야기한다는 우려와 국내 주식 시장을 보호한다는 두가지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며 "확실한 것은 인구 감소로 국민연금 수령액이 줄어들거나 못받게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나중에 가서 국내 주식을 일제히 매도하는 것보다 지금 매도하는 것이 시장의 충격을 덜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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