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
상원의장까지 거머쥔 해리스 부통령
50대 50으로 나뉜 상원 '캐스팅보트'로
오바마 정부 인사도 대거 복귀
前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대표적
DPC 맡으며 사실상 국내정책 총괄
교수로 재직중인 질 바이든 영부인은
내각인사 개입하며 정치활동 예고
상원의장까지 거머쥔 해리스 부통령
50대 50으로 나뉜 상원 '캐스팅보트'로
오바마 정부 인사도 대거 복귀
前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 대표적
DPC 맡으며 사실상 국내정책 총괄
교수로 재직중인 질 바이든 영부인은
내각인사 개입하며 정치활동 예고
■정권의 아이콘 카멀라 해리스
바이든의 대선 승리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지지층을 포기하고 중도층 포섭에 주력하면서 최대한 무난한 후보에 집중했다. 바이든은 47년간 공직 생활을 했지만, 독자적인 정치 어젠다를 만들지 못했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그늘에 머물렀다. 그는 부통령 퇴임 이후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정치에 거리를 뒀고 2019년에 트럼프를 저지해야 한다며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 동안 지지율 집계에서 1개월 가까이 버니 샌더스에게 뒤처졌으며 받은 정치후원금 역시 890만달러(약 99억원)로 샌더스(251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7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 지지자의 56%는 "그가 트럼프가 아니라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미건조한 바이든 세력에 본격적인 색깔을 심어준 인물이 해리스다. 바이든은 최초로 흑인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목하며 흑인 및 여성 유권자를 결집했다. 해리스는 상원의원과 검사 생활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았고 뚜렷한 정치색을 띠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좌파 진영은 해리스를 반기지 않았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재임 시절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과잉진압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동시에 정치색이 불분명하고 엘리트 경력을 거쳤다는 이유로 피부색만 바뀐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당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해리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0일 보도에서 바이든이 78세의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점과 미 상원이 50대 50으로 양분된 상황을 지적했다. 신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을 보좌하고 상원의장을 겸직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해리스가 역대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된다고 예상했다.
■오바마의 그림자 수전 라이스
기후변화와 동맹 외교 등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다수 부활시킨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새 정부는 3차 오바마 정부가 아니다. 그동안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지명한 각료급 인사 16명 가운데 12명은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 연방정부 공직을 지냈던 인물들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을 이끌었던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바이든은 새 정부에서 라이스에게 대통령 자문기구인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 위원장을 맡겨 미국 내부 사정을 다루게 했다.
리처드 그리넬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지난달 1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라이스는 이번에 국내 정책을 맡게 되었는데 우리 모두 이게 농담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스는 국무부를 잘 알고 분명히 국무장관 자리를 원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라이스가 국내외 정책 모두를 운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넬은 "미 상원은 양분되어 있고 부통령은 상원의장을 겸직해 의회 문제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며 "라이스는 해리스가 의회에 붙잡혀 있는 사이 정부 내에서 그림자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어 무척 신이 난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당초 부통령과 국무장관 후보로 꼽힐 만큼 바이든과 각별한 사이였다. 그는 다만 지난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해 "테러가 아닌 우발적 사건"이라고 말해 의회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도 라이스가 의회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바이든이 라이스를 의회 인준이 필요 없으면서도 자신을 가깝게 보좌할 수 있는 DPC 위원장에 앉혔다고 추정했다.
■영부인부터 옛 동료까지 주시해야
바이든 정부의 실세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인물은 질 바이든 영부인이다. 현재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작문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든 여사는 남편이 부통령이었던 당시 해외 순방에 동행하며 전용기에서 학생 답안지를 채점한 일화로 유명하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바이든 선거 캠프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고 지난해 봄에는 유세 현장에서 남편에게 달려드는 시위대를 직접 막아서기도 했다. 그는 해리스를 비롯해 바이든 내각 인사에도 개입했으며 부통령 후보자 상당수는 바이든 여사와 화상 대화를 통해 면접을 봤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해 왕성한 정치 활동을 예고했다.
아울러 국내 문제로 바쁜 바이든을 대신해 외교 문제를 총괄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눈여겨봐야 한다. 블링컨은 바이든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그의 상원 외교위원회 활동을 보좌했고 바이든이 부통령에 취임하자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다. 이후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컨은 이란 핵협상과 중동 정책을 담당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임기 초기 코로나19 대응과 경기 부양에 신경을 쓰느라 외교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자신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블링컨에게 외교 분야를 의지한다고 내다봤다. 블링컨은 지난달 27일 취임 직후 브리핑에서 대통령보다 먼저 중국과 관계를 언급하고 "양측의 상호 이익이 부합하는 분야에서는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은 전임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국 강경책이 원칙적으로는 옳았다면서 중국의 압박에 맞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하겠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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