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배당축소 때문? 금융당국 ‘스트레스테스트’ 과도한 기준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1 17:59

수정 2021.02.01 18:20

"금융사 한 곳만 통과 소문 파다"
은행들 속으로만 ‘끙끙’
일부선 "배당 강행" 반발
"할 말은 많지만 한마디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A금융지주 관계자)

"금융당국에서 입단속을 시켰어요. 절대 외부에 (금융당국의 배당 권고) 이와 관련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어요."(B금융지주 관계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그룹 및 은행들에게 20% 이내 배당 성향을 권고 한 후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금융지주는 권고에 반발해 배당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정답을 구해 놓고 근거를 무리하게 맞춘 거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사가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사들은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불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입단속'에 아무말도 못하는 분위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스트레스테스트 발표 후 금융 회사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금융당국의 '함구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트레스테스트를 근거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은행권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배당 권고안이 구두가 아닌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금융위가 권고한 배당성향 20%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KB금융 26.0%, 신한금융 25.97%, 하나금융 25.7%, 우리금융 27.0% 등이었다

권고안이 알려지자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이와 관련해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금융그룹 관계자의 하나같은 반응은 "당국에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입단속을 시켰다" "사소한 것도 이야기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다"는 것. 금융당국이 배당 권고안과 관련해 금융그룹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따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의 결과만 통보받았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데이타 등은 제공하지 않았다"며 "권고안이 아닌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지시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선 농협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와 다르게 농업인의 지원을 위해 만들졌기 때문에 배당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타지주와 달리 설립목적부터 다른 금융회사라 배당 20% 제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신뢰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사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한 개 금융그룹만 통과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내 선두권 두 개의 금융그룹 중 유상증자가 이슈가 있었던 곳만 통과했고 나머지는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재무구조가 탄탄한 금융그룹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테스트라면 이미 정답을 정해 놓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5.8%)을 설정한 것부터가 문제"라며 "아무리 스트레스테스트지만 재정의 여력이 있고 올해 코로나19 백신도 도입되는데 지나치게 나쁜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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