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한 곳만 통과 소문 파다"
은행들 속으로만 ‘끙끙’
일부선 "배당 강행" 반발
"할 말은 많지만 한마디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A금융지주 관계자)
은행들 속으로만 ‘끙끙’
일부선 "배당 강행" 반발
"금융당국에서 입단속을 시켰어요. 절대 외부에 (금융당국의 배당 권고) 이와 관련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어요."(B금융지주 관계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그룹 및 은행들에게 20% 이내 배당 성향을 권고 한 후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금융지주는 권고에 반발해 배당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정답을 구해 놓고 근거를 무리하게 맞춘 거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사가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사들은 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를 불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입단속'에 아무말도 못하는 분위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스트레스테스트 발표 후 금융 회사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금융당국의 '함구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트레스테스트를 근거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은행권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배당 권고안이 구두가 아닌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금융위가 권고한 배당성향 20%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KB금융 26.0%, 신한금융 25.97%, 하나금융 25.7%, 우리금융 27.0% 등이었다
권고안이 알려지자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이와 관련해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금융그룹 관계자의 하나같은 반응은 "당국에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입단속을 시켰다" "사소한 것도 이야기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다"는 것. 금융당국이 배당 권고안과 관련해 금융그룹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따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의 결과만 통보받았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데이타 등은 제공하지 않았다"며 "권고안이 아닌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지시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선 농협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와 다르게 농업인의 지원을 위해 만들졌기 때문에 배당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타지주와 달리 설립목적부터 다른 금융회사라 배당 20% 제한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신뢰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금융사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한 개 금융그룹만 통과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국내 선두권 두 개의 금융그룹 중 유상증자가 이슈가 있었던 곳만 통과했고 나머지는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재무구조가 탄탄한 금융그룹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테스트라면 이미 정답을 정해 놓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5.8%)을 설정한 것부터가 문제"라며 "아무리 스트레스테스트지만 재정의 여력이 있고 올해 코로나19 백신도 도입되는데 지나치게 나쁜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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