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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 연기상, 다양성 지향 오스카가 더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10:55

수정 2021.02.04 12:48

3월 3일 국내 개봉
영화 '미나리' 포스터 /사진=뉴시스
영화 '미나리' 포스터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미나리' 외국어영화상 논란은 지난 몇 년간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다양성의 가치를 완전히 거스르는 것이다. 오히려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에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이 좀 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홍수경 칼럼니스트)

미국 현지시간으로 3일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미나리'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호명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이 연출하고,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트 피트의 플랜B가 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하고, 공동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한국인 배우 한예리, 윤여정이 출연했다.

미국 내 각주와 도시에서 열린 비평가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20차례 수상한 윤여정의 연기상 후보 지명은 불발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는 홍수경 영화 칼럼니스트는 ‘미나리’의 외국어영화 분류와 관련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 작가의 넷플릭스 히트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과 같이 지난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대중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해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백인 중심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의 ‘블랙 라이브즈 매터(BLM) 운동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사회 전반에 다양성이 따르고 지켜야할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영화 '미나리' /사진=뉴스1
영화 '미나리' /사진=뉴스1

앞서 영화 '페어웰'의 룰루 왕 감독은 '미나리' 논란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며 '미나리'의 외국어영화 분류를 비판했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 중인 아시아계 배우 앤드루 풍도 "미국에서 미국인이 주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영화가 왜 외국 영화인지 모르겠다"며 "슬프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영화와 TV업계를 취재하는 외국 언론인들의 조직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상이다. 영화 속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기존 규정에 따라 '미나리'를 미국영화가 아니라 외국어영화로 분류했다.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되면 작품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이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앞서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예측 기사에서 윤여정을 유력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예측하는 미국 사이트 어워즈와치가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예상 후보로 꼽았다.

만약 윤여정이 후보 지명되면 아시아 배우로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모래와 안개의 집'의 아그다슐루 쇼레, '바벨'의 기쿠치 린코에 이어 네 번째다. 이중 1957년 우메키 미요시만 상을 들어올렸다.

홍수경 칼럼니스트는 "현지 언론이 꼽는 올해 오스카 유력 여우조연상 후보는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 ‘피시즈 오브 어 우먼’의 엘렌 버스틴,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이라며 "윤여정은 이 상의 후보 지명 혹은 수상 여부를 떠나 이미 훌륭한 연기자로 오히려 미국 관객들이 윤여정의 연기를 보게 된 게 축복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 /사진=뉴스1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 /사진=뉴스1

■윤여정, 연기상 후보 지명과 상관없이 이미 훌륭한 연기자

‘미나리’는 2020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및 관객상, 2020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상, 2020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 및 각본상, 보스턴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및 음악상 샌프란시스코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및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20관왕을 기록하며 오스카에 한발짝 다가갔다.

‘미나리’의 연출과 각본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신임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기생충'을 이을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데드라인 할리우드 데일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LA Times), "자전적인 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롤 모델로 남을 작품"(롤링스톤)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미나리' 화상 인터뷰에서 “나 역시 캐나다에서 미국 미시건주 시골서 자라 감독이 그려낸 세대 간 문화적 차이나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여러 생각에 많이 공감됐다”며 “이 영화는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일뿐 아니라 한국계 미국 이주민의 보편적 삶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내 자전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픽션 영화"라며 "기억을 진실되게 들여다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최고의 배우들이 바쁜 가운데 스케줄을 내줬다”며 배우들께 감사했고 “내 모습이 더 많이 투영된 아버지 역엔 스티븐 연이 아니면 안됐다”고 했다. “고약한 말을 스스럼없이 하지만 가족 사랑이 뜨거운 할머니 역할로 윤여정이 적임자였다. 영화의 중추인 어머니는 외유내강 캐릭터로 한예리에게 그런 면모가 보였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당시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대하는 주위의 반응에 "사람들은 벌써 내가 조연상 후보인줄 착각하는데, 정말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 감독은 이에 "우리의 보물같은 윤여정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도 윤여정의 호연에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봉감독은 3월 3일 '미나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화전문지 '씨네21'과 가진 윤여정과의 대담에서 “배우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에 역대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유니크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미나리’에서도 일반적인 할머니의 상을 비껴가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할머니 캐릭터라 어딘지 통쾌하고 좋았다”며 전형적인 여성상에 저항해온 윤여정의 연기 인생을 높이 샀다.


한편 2021년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2월 28일 개최된다. 또한, 제93회 아카데미상의 후보 발표는 3월 15일,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미나리’의 국내 개봉은 3월 3일로 확정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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