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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전기차 버블' 우려, '닷컴 버블' 재현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13:49

수정 2021.02.04 13:49

지난 2017년 4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의 데렉 젠킨스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자사의 전기차 세단 '루시드 에어'를 소개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2017년 4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의 데렉 젠킨스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자사의 전기차 세단 '루시드 에어'를 소개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이 차세대 기술 혁명으로 각광받으면서 전기차 간판만 내걸어도 투자금이 몰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성과와 상관없이 돈이 모인다며 2000년대 ‘닷컴 버블’과 비슷한 거품을 걱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기차 기업에 투자금이 쏠릴 뿐만 아니라 합병 목적으로 명목상 만든 기업이 전기차 업체를 산다는 발표만 해도 돈방석에 앉는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의하면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자동치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시가 총액만큼은 8101억61000만달러(약 906조4891억원)에 이른다. 해당 금액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시총을 합친 금액보다 7배나 많다. 미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로드스타운은 아직까지 어떠한 제품도 내놓지 못했지만 두 기업의 가치를 합하면 40억달러가 넘는다.


해당 기업들은 그나마 실체라도 있는 기업이다. WSJ에 의하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처칠캐피털Ⅳ(CCIV) 주가는 10달러를 살짝 웃돌다 지난 1월 11일 전기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보도가 나오자마자 15달러로 50% 급등했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CCIV는 앞서 지난해 12월 디지털 위성방송업체 디렉TV에 합병을 제안했다. 당시 CCIV 주가는 0.6% 상승에 그쳤다. 미 시장조사업체 스팩인사이더닷컴에 따르면 CCIV의 주가는 올해 들어 220% 이상 올라 합병 발표 전 역대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스팩으로 기록되었다.

루시드모터스는 디렉TV와 달리 제 2의 테슬라로 불리는 유망한 전기차 업체다. WSJ는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이 투자자들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애플 역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CCIV 관련 투자자들은 지난달 합병설이 처음 보도되자 양사 임원들의 전용기 일정을 확인하고 직접 공항에 가서 사진까지 찍는 등 합병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관계자는 WSJ를 통해 양사가 아직 대화중이며 아직 합병이 임박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투자은행에서 닷컴기업들의 상장 업무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에릭슨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금 상황은 매우 거품이 낀 상태”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기차 열풍이 나쁘게 끝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시기와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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