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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왕' 모리 "사과는 하지만 사퇴는 안 해"...'설상가상' 도쿄올림픽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15:40

수정 2021.02.04 15:58

"여성이 많으면 회의 시간이 길어져" 발언 파문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 회장 "사과드린다"
"조직위 회장 사퇴는 생각 안 해" 
과거 아사다 마오 향해 비꼬는 발언으로 빈축 
'실언왕'...."모리 회장을 침묵시켜라"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 회장. 로이터 뉴스1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 회장.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여성이 많으면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 회장(83)이 4일 해당 발언에 대한 철회와 사과 입장을 내놨다. 일본 국내외는 물론이고, 도쿄올림픽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바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모리 회장은 앞서 보도된 마이니치신문에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조직위에서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사과 발언을 내놨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터에 도쿄올림픽 조직위 수장으로서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성차별 발언을 내놓은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3일 오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나왔다. 당일 회의에서는 JOC의 여성 이사 비율을 현행 20%에서 40%이상으로 높이는 문제가 논의됐는데, 모리 회장이 대뜸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 것이다.
그는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발언을 하고, 회의 시간이 배(倍)는 걸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여성 이사를 늘릴 경우에는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하지 않으면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누가 말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이라고 했다. 발언 당시 현장에서는 웃음 소리가 나왔고, 해다 발언에 대해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현재 JOC 이사는 25명 중 여성은 20%인 5명이다. 여성 이사 증원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단순한 말 실수라기 보다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 등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올림픽 로고 앞 진입금지 표지판. 로이터 뉴스1
도쿄올림픽 로고 앞 진입금지 표지판. 로이터 뉴스1

과거에도 모리 회장은 '실언 왕'으로 불릴 정도로 잦은 말실수와 가벼운 언행으로 수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직후엔 아사다 마오 선수를 가리켜 "꼭 중요할 때 넘어지더라"고 비꼬아 당시에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그런가 하면, 외신 기자들로부터 올림픽 조직위 인사들의 영어 실력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을 받고서는 "영어는 적국어였다"고 돌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에는 선수들을 향해 바이러스에 걸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 뒤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해 빈축을 샀었다.

마치 이번 사건을 예고하듯 지난 26일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는 '모리 회장을 침묵시켜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를 가리켜 '실언왕'이라며, IOC와의 회의에서 "그가 발언을 할 때마다 상황이 나빠진다"는 일본 측 참석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번엔 과거 구설에 휩싸인 발언들에 비하면 제법 세다. 당장, 일본 국내외에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전 세계에서 선수들을 초청해 여는 스포츠 제전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 발언으로 듣기에는 귀를 의심케 한다"며 모리 회장의 발언이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으로 모리 회장의 발언이 "격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일본 트위터에서는 '#모리 요시로씨는 은퇴해 주세요' '#일본의 수치' 라는 해시 태그가 돌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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