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세계도자기실 개관
도자기가 품은 동서교류 600년
[파이낸셜뉴스]
도자기가 품은 동서교류 600년
중국 명나라 청화백자는 가볍고 단단했다. 하얗게 빛났으며 푸른색의 신비로운 그림까지 들어있었다. 16세기 유럽인들 눈엔 놀랍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청화백자로 방을 꾸미는 건 그 자체로 부와 권력이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1세가 소장한 1m 높이 청화백자 화병을 작센 공국 아우구스투스 2세가 자신의 기마병 600명과 바꿨다는 기록도 있다.
동서교류 600년을 품은 도자기 역사를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새로 개관한 3층 세계문화관 도자기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도자 길을 여는 자기는 코발트 빛깔의 이슬람양식 중국 청화 주전자다. 제작시기는 명대. 현재 소장처는 네델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이다. 이슬람 사람들은 그들 취향대로 자기를 중국에 주문하면서 페르시아산 코발트를 중국에 제공했다. 중국이 청화백자 탄생 원동력을 품게 된 순간이었다.
17세기 유럽엔 새로운 음료 차를 위한 자기들이 등장한다. 청대 만들어진 바다 풍경 찻주전자에 유럽의 범선이 둥둥 떠다녔다. 일본 에도시대 제작된 커피포트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3개의 인형 모양 다리다. 포트 몸체엔 학, 소나무, 대나무, 매화가 기품있게 그려져있다.
도자실 깊숙한 곳에 중국 자기를 모방한 네덜란드 델프트 도기들이 진열돼있다. 공작새가 그려진 중국풍 디자인의 꽃병과 항아리, 중국 정원 풍경을 담은 도기액자도 보인다. 시대를 휘어잡았던 청화백자를 밀어내고 어느새 유럽인들의 가구, 벽난로 위에서 집안 분위기를 좌우했던 물건이 18세기 델프트 도기였다.
유럽이 스스로 만든 최초의 자기 뵈트거 작품들은 순백색이다. 틀로 찍은 복잡한 문양이 붙어있다. 찻주전자와 받침에 포도와 잎, 넝쿨이 풍성하다. 유럽의 자기는 1709년 독일 작센 공국의 드레스덴 연구실에서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경질백자가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에 의해 탄생됐다. 그이듬해 마인센에 자기 제작소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유럽의 자기시대가 열린다. 산업혁명이후 세계자기의 중심은 동양에서 유럽으로 옮겨갔다. 네덜란드 차용 도자기 113점을 포함해 총 243점이 세계도자실에 전시돼있다. 내년 11월 13일까지 볼 수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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