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애플 氣싸움?… 비밀주의 고집에 '협상 중단' 맞대응 [현대차 "애플카 개발 협의 진행 안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8 18:05

수정 2021.02.08 18:23

"애플에겐 다른 선택지 거의 없어"
애플 사명 거론하며 주도권 선점
최종 결렬보다 협상 재개에 무게
자율차 아닌 전기차 논의 가능성
현대차-애플 氣싸움?… 비밀주의 고집에 '협상 중단' 맞대응 [현대차 "애플카 개발 협의 진행 안해"]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시 자체로만 보면 애플과의 협의가 잠정 중단된 것인지, 최종 결렬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자율주행차 개발로 한정해 전기차 등에 대한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잠정 중단 쪽에 무게를 실으며, 현대차와 애플의 주도권 싸움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 "협의 진행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은 이날 재공시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해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추가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공시와 비교하면 '애플과 자율주행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는 부분이 추가됐다. 지난달 초 애플카 협의설이 불거진 후 현대차그룹이 직접 애플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시 내용만으로는 애플과의 협상이 잠정 중단된 것인지, 최종 결렬인지 명확하지 않다.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는 문구는 보는 시각에 따라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협상을 했지만 현재 시점에선 안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외신을 통해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어서 같은 맥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애플 사명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애플이 자신들과의 협의 사실이 유출되자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했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결정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아무런 노하우를 갖지 못한 애플이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잠정 중단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애플'의 사명을 직접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비밀주의를 앞세워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의 사명을 공개한 만큼 더 이상 비밀주의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시 이외에는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애플 다른 선택지 없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공시에 대해 결렬보다는 잠정 중단에 무게를 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완전 결렬이었다고 하면 공시의 표현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애플이 강하게 컴플레인을 걸다 보니 협상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렬됐다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는 다각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애플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잠정 중단으로 기우는 이유다.

애플 접촉설이 제기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최근에야 전기차 진출을 선언할 정도로 기술력에서 뒤처져 있다. 특히 전기차 경쟁력의 상징인 전용 플랫폼도 현대차그룹이 E-GMP를 개발한 반면 일본 브랜드들은 한 곳도 구축하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애플카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들도 한정돼 있다"면서 "가장 궁합이 맞는 곳이 현대차그룹인데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서 협상정보가 유출된 만큼 유리한 고지는 내줬다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제휴 협의는 물밑에서 진행돼야 하는 사안들이고, 보안성이 강해야 한다"면서 "애시당초 수면 위로 불거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애플과 추가 논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 현대차에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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