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란 이름은 동서 냉전시대 옛 소련의 자부심이었다. 단순한 인공위성이 아니었다. 핵탄두만 탑재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과학기술 분야의 패배에 그치지 않고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었다. 195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한 미국은 절치부심 끝에 1969년 7월 20일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성공으로 우주전쟁에서 우위를 되찾았다.
러시아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뒤에 붙은 V는 Vaccine(백신)의 머리글자이지만 Victory(승리)의 V처럼 여겨진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가 이 백신을 정식으로 승인하자 세계 모든 관련기관과 연구자들이 임상시험 등 과학적 검증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린 논문에서 면역효과가 91.6%로 확인됐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고, 2회 접종 20달러로 모더나(50~74달러)나 화이자(40달러)의 반값 이하였다. 상온유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19개국이 승인했고 50여개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백신 공급 부족현상이 현실화되면서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취급하던 러시아와 중국 백신이 귀한 몸이 됐다. 우리 정부도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의 생명공학 기술력을 과시하고자 이름 붙인 이 백신이 64년 만에 또 한 번의 스푸트니크 쇼크를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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