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앞서 기자회견
1심 재판부와 이마트 등 업체 규탄 나서
1심 재판부와 이마트 등 업체 규탄 나서
[파이낸셜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제품 중 하나인 '가습기메이트' 제조업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무죄판결에 피해자들이 규탄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형사처벌·책임 촉구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해당 사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부인과 장모를 간질성 폐질환으로 잃은 송기진씨는 "20년전 가습기 안 세균 번식을 막아주고 산림욕 효과를 준다고 광고를 했고 이에 소비자들이 현혹돼 믿고 구입했다"며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가해 기업들이 면죄부를 얻은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사과도 안 하고 보상·배상에 대한 어떤 조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이어 "태아가 죽고, 갓 태어난 아이들이 치명적인 폐손상을 입고 사망했다"며 "대기업은 독성이 있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든 가습기살균제를 다시 제조해 판매해도 되고 국민들은 그 제품을 다시 사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근에 야구단을 인수한 이마트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지난해 부인을 폐질환으로 잃은 김태종씨는 "아내는 이마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해 13년간 고생을 했고 중환자실에 16번 입원하는 등 처참한 투병생활을 했다"며 "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이마트는 지금까지 사과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달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가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및 제조업체 전직 임직원 총 11명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폐섬유화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CMIT·MIT 성분이 동물 호흡기에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는 점을 들어 항변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CMIT·MIT 성분이 폐질환으로 이어진다는 동물실험 등 관련 연구가 없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유족들은 동물실험 등 전문적 영역에서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두는 현행법 체계를 규탄했으나 1심 판결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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