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주도권·기술, 동시에 고려
애플 입장선 선택지 많지 않아
이달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협업 논의가 중단됐다고 알려지면서 애플의 '애플카' 혹은 '아이카(iCar)'를 누가 만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닛산과 르노,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거론하면서 애플이 생산 주도권과 기술적인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 입장선 선택지 많지 않아
약 7년 동안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온 애플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완성차 파트너를 찾았지만 사실상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하청 업체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데미안 플라워스 애널리스트는 이달 8일(현지시간) CNN을 통해 "애플은 완성차 파트너와 어떤 것도 공유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성차 제조사가 애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생산물량"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플라워스는 세계 2위의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그룹을 지적하고 "폭스바겐 같은 기업은 자체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개발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테슬라 같이 IT 계열에서 넘어온 기업들과 경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BMW의 경우 기업 규모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메츨러 은행의 위르겐 파이퍼 애널리스트는 BMW 입장에서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추정했다.
일단 자율주행차 개발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업체들은 애플이 내세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손잡을 생각이 있다.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최고경영자(CEO)는 9일 실적발표회에서 애플과 협력 관련 질문에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추구해야 한다"며 "지식과 경험이 많은 기업과 협력할 것이다"고 답했다. 닛산은 현재 전기차 브랜드 '리프'를 생산하고 있다. 또 다른 미 애플 전문매체 애플 인사이더는 9일 JP모간 보고서를 인용해 닛산과 생산 연합을 이루고 있는 르노 역시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라고 분석했다. JP모간은 르노가 유럽 공장에서만 수백만대를 제조할 생산 능력이 있다며 동시에 "르노는 애플이 협력 사업에서 공급망 선택 과정에 상당한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허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나인투파이브맥은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업체 마그나 슈타이어를 지목했다. 마그나는 이미 다임러나 재규어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일부 차종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매체는 애플이 마그나와 손잡으면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 위탁생산 하듯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인투파이브맥은 혼다와 신생 스텔란티스 역시 애플카 제작에 뛰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은 완성차 업체들과 기싸움을 벌이며 파트너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동시에 기술적인 문제 역시 생각해야 한다. 애플 인사이더는 9일 미 투자은행 웨드부시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협상이 중단되었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플랫폼 'E-GMP'는 여전히 애플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이 새로운 자율주행차 모델을 쉽게 통합할 수 있다며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폭스바겐과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웨드부시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전기차 시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친환경 차에 대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애플이 완성차 파트너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관측했다. 은행은 애플은 향후 3~6개월 이내에 완성차 파트너 계약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85%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2024년까지 아이카를 내놓을 수 있다면 애플은 전기차 시장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동시에 애플이 5조달러(약 556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을 5~10%만 차지해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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