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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돈 쓸 곳만 채운 코로나 대차대조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0 18:00

수정 2021.02.10 18:00

[fn광장] 돈 쓸 곳만 채운 코로나 대차대조표
정부의 정책 발표를 보면 대차(貸借)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회계에서는 대변(貸邊)과 차변(借邊)이 존재한다. 들어오는 돈은 차변(왼쪽)에, 나가는 돈은 대변(오른쪽)에 기록하여 돈의 유출입을 대응시키는 것이다. 이런 대차 일치는 분식회계와 횡령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정보비대칭을 해소한다. 그래서 정부 정책도 대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정부와 국민 간 정보비대칭이 발생하지 않고, 국민이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작년 7월 160조원에 달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나갈 돈에 대해서는 28개 사업별로 자세히 발표됐지만, 어떻게 조달할지는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대차 정보가 일치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대차 일치는 예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가령 지난 4일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이 서울에 32만 신규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공공 주도 재개발·재건축 9만3000가구 등 구체적인 공급계획도 발표됐다. 그런데 부지를 어디서 가져올지에 대한 정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결국 이런 대차 불일치의 정책 발표는 재산권 침해 논란 등 정부 불신으로 남고 있다.

한편 진행 중인 대차 불일치는 코로나 지원금 정책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홍남기 부총리의 곳간지기로서 어려움과 코로나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다는 여당의 입장 그리고 이를 선거용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야당의 주장 모두 정책 입안자의 한 축들로서 의미 있는 목소리다. 그런데 여기서도 대차가 보이지 않는다. 지원금 조달에 관한 차변은 없고, 돈 쓰는 대변만 있다. 관련해서, 현재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2011년 103%에 불과하던 부채비율이 2019년 313%가 됐고, 쌓아 놓았던 적립금과 잉여금은 2017년 이후 완전히 고갈됐다.

향후 우리 노후에 아니면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장기차입부채도 2011년 41%에서 2019년 129%로 증가했다. 흔히 국가채무비율이라고 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역시 2011년 30%에서 2019년 38%로 증가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지받는 적정 국가채무비율인 40%는 2020년에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유럽연합(EU) 협약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수준을 60%로 제시하듯이, 40%나 60%의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실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개별 기업조차도 차입하면 상환계획 등 충실하고 정교한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한다. 하물며 국가는 더욱 정교하게 대차 일치의 재정관리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그것이 MMT(Modern Monetary Theory) 지지론자의 주장처럼 단순히 돈을 찍어내서 조달하더라도 그 계획이 명확히 수립되고 공개돼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정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명심보감에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재앙이 먼저 발생한다(機不密 禍先發)"는 말이 있듯이, 대차가 일치하는 치밀한 계획이 있어야만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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