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대한민국 배구계가 연일 학교 폭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자 배구에서 또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와 남자 프로배구 송명근·심경섭 선수에 이어 여자 배구에서 또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프로 여자 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요즘 학교폭력 때문에 말이 정말 많다. 나도 10년 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며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A씨는 발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머리 박기를 당했고, 학폭 스트레스에 자해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지옥 이었다”며 “운동을 못 한다고 욕먹고, 발음이 안 된다고 머리 박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를 박은 채로 가나다라를 외웠다. 너무 힘들어 울자 (선배들이) 바가지를 가져왔다”며 “선배들은 ‘바가지를 눈물로 다 채울 때까지 머리 박기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물, 콧물, 침 그리고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워야 했다”고 적었다.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폭력 피해가 심해졌다며 숙소에 가기 싫어 방부제를 먹고, 스스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숙소에 가면 매일매일 죽고 싶었다”며 “어린 마음에 ‘김에 있는 방부제’를 먹기도 했고, 혼자 화장실에 가 울면서 목을 조르는 일도 있었다”고 당시의 고통을 풀어냈다.
이어 “한번은 어떤 선배가 공으로 얼굴을 때렸다. 쌍코피가 나 닦고 오니 다시 머리 박기를 시켰다. 선배는 ‘네가 잘하는 걸 찾아봐라’라고 조롱하며 머리를 박은 채 코트를 돌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무시를 당하면서도 엄마와 아빠를 실망시킬 수 없었다”며 “부모님이 (선배들과 함께 먹으라며)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숙소를 찾아오면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선배들은 내 욕뿐만 아니라 부모 욕도 했다. 부모 욕을 듣는 날은 너무 힘들었다. 나한테는 배구는 욕설이 일상 이었다”고 적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A씨는 “지금도 꿈에 지난 일들이 생생하게 나온다”며 “아직도 내가 왜 그런 무시를 당하며 미움을 받아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당시 가해 선수에 대해 언급하며 “텔레비전에서 세상 착한 척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참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는 관련 없는 척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고 저격했다.
A씨는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의 스포츠 지원 포털 부분 캡처 사진을 함께 올렸다.
A씨가 올린 사진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도 한 초등학교·중학교 배구부에서 선수로 활동한 기록이 담겨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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