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잃을 것 없는 금태섭vs지킬 것 많은 안철수…'이러다 등돌리나'

뉴스1

입력 2021.02.15 15:21

수정 2021.02.15 16:4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금태섭 서울시장 예비후보2021.2.1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금태섭 서울시장 예비후보2021.2.1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021.2.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021.2.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한 축인 이른바 '제3지대' 경선이 삐걱대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가 예정대로라면 15일 TV토론으로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루 전 돌연 토론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3지대 경선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실무협상팀을 가동해 경선 세부 사항을 합의해온 양측은 토론의 방식과 횟수·시기·중계 매체 등 전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가 '야권 승리'라는 대명제를 위해 힘을 합친다는 명분으로 제3지대 경선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지만, 막상 이를 대하는 두 후보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5일 야권에 따르면 금태섭 후보는 지난달 출마선언을 하면서 안철수 후보를 콕집어 '제3지대' 일대일 경선을 진행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힘 사이 단일화 논쟁이 격화하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후발주자'인 금 후보가 자신의 인지도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 후보가 방송사 주관으로 이뤄지는 수 차례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첫 토론이 설 연휴 이전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오는 16일부터는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토론이 시작되는 만큼 시민 이목을 분산시키지 않을 유일한 시기는 설 연휴와 그 직전이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금 후보와의 경선을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로 가는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말 그대로 '1차 경선'일 뿐인데 여기에 과도한 힘을 쏟았다가 국민의힘과의 본경선에서 추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 후보는 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인 만큼 1차 경선에서 삐끗하면 자칫 최종 단일화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안 후보와 금 후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안 후보가 지난 19대 대선 토론에서 'MB 아바타' 발언을 했다가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기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그야말로 '잃을 게 없는' 금 후보와의 자유토론을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TV토론 가능 횟수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도 감지된다. 이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에 따르면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TV토론 가능 횟수가 1회라는 '유권해석'을 국민의당에 전달했고 이에 따라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최종 단일화 경선과 금 후보와의 경선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과의 본경선이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데도, 금 후보 요청에 따라 한 번 뿐인 TV토론 기회를 1차 경선에 쓰기로 통 크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 후보 측은 토론 방식이나 주관 방송사라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하는데 금 후보 측이 이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당 입장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TV토론을 한 번만 하라고 강제한 게 아니라 옛날 해석을 안내한 것"이라며 "과거 선례와 지금 사례가 같은지 여부도 저희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답변을 드릴 수 없다. 질의가 들어오면 검토해서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관련 질의서를 선관위에 송부할 계획이다.

안 후보 측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토론이 열리면 사회자가 후보자들에게 공통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이 대주제 아래 소주제를 각각 2개씩 선정해 번갈아가며 토론을 주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금 후보는 사회자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형식 없는 자유토론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절제되지 않은 자유토론이어야 금 후보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발휘할 수 있고, '점잖은 정치인' 이미지를 가진 안 후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굵직한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실무협상팀은 이날 오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쪽은 TV토론의 필요성과 두 개의 토론 주제에는 일찍이 합의한 만큼 이번주 중에라도 협상이 마무리되면 당장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날 협상으로 합의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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