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빈소 조문..."술 한잔 올리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영민 비서실장, 유연상 경호처장, 탁현민 의전·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 이후 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묵념 후 영전 앞에 국화 놓은 뒤 "술 한 잔 올리고 싶은데요"라며 술잔을 올리고는 절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유족에게 걸어가 목례 후 위로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장남 백일 씨를 바라보며)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누었다"며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하고 그랬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 모든 일에 서실 때 이제는 진짜...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녀 백원담씨는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아파하셨다.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백기완 선생이 입원한 뒤 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통일에 대한 당부 말씀을 담은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에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는 백기완 선생의 육성이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영상 시청 후 유족들에게 "(영상을)보내달라"며 탁현민 비서관에게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백기완 선생이 남긴 선물 하얀색 손수건과 책 1권을 전달받았다.
백원담씨는 "이것은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황해도가 고향이시니까,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며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이라서, 이것은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에…"라고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고인은 진보진영의 원로이자 '임을 위한 행진곡' 작사가로 지난 15일 오전 서울대학교 병원 입원 도중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2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생 농민과 통일·민주화 운동에 앞장 서왔다. 1979년 'TMCA 위장결혼 사건', 1986년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대회' 주도 혐의 등으로 옥고를 치른 바 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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