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배터리 업계의 전문가들이 19일 열린 ‘배터리 기술의 미래’ 웹세미나에서 미래 배터리 개발을 위해 국적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에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세미나 환영사에서 “과학과 기술에서는 역동적인 과거의 혁신을 돌아봐야 미래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시장이 최근 성공한 것은 산학에 몸 담고 있는 연구자들의 오랜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이러한 협업이 확장하고 있는 배터리 생태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차세대 배터리를 위한 신소재를 개발하고 폐전지를 재활용 및 재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며 “자신의 전문 영역 밖에 있는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기술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능력이 앞으로 미래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질로 작용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2019년에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위팅엄 미국 뉴욕주립대 화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좋은 연구 결과는 협업을 통해 나온다”며 자신과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굿 이너프 텍사스주립대 교수,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 메이조대 교수가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업에서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최근 한국의 경우 배터리 화재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의 기술자들도 미국 기술자들처럼 이견이 있을 때 보다 당당하게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협업의 중요성은 배터리 기술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 패널로 참석한 미 UC버클리대의 거브랜드 시더 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근 배터리 연구 방향이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서 벗어나 전고체 배터리로 이동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배터리에 여러 학문이 섞여 있다"며 "전기와 화학 합성, 물리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접목된다"고 설명했다. 시더 교수는 "배터리를 고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가 전부 참여해야 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업계도 기초과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정부도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측 패널로 참석한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발전을 위해 재료도 중요하지만 배터리 셀의 작동 부분에서 컴퓨터 공학과 전기 공학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좀더 나은 알고리즘과 센서를 개발해야 하고 이러한 기술을 통합해 배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웹세미나 연설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이후 최 회장의 배터리 관련 첫 공개 행사다. 이번 연설은 사전에 녹화되었으며 문제의 소송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편 이날 모인 석학들은 비록 경제성 면에서 현대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우수하지만 기후변화와 자원문제를 고려하면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팅엄 교수는 현대 배터리가 이론적인 한계 용량의 3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며 전해질 등 재료 개발로 성능과 가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배터리 핵심 재료인 코발트 채굴에 아동들이 동원되고 있고 흑연 등 핵심 소재들이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출발해 한국과 중국의 공장으로 이동해 운송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 혁신을 통해 배터리 생산 전 과정이 공장 인근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기후변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시더 교수 역시 세계적인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이 배터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며 신소재 개발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석학들은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았던 배터리 화재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배터리에는 연료가 되는 유기 전해질과 산소원이 되는 양극재가 있다고 이러한 소재들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점화될 수 있다"며 재료와 셀 제작, 셀 조합 시스템 모두에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다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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