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졸았나, 알람껐나' 軍 경계 허점…'정말 민간인?' 논란도 계속

뉴스1

입력 2021.02.19 12:02

수정 2021.02.19 14:01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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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의 해안철책. 2019.4.3/뉴스1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의 해안철책. 2019.4.3/뉴스1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국회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발생한 북한 남성 '귀순 추정' 사건에 대한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국회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발생한 북한 남성 '귀순 추정' 사건에 대한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북한 남성 A씨의 '수영 귀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바다를 헤엄쳐 해안에 도착한 시점부터 군 수색병력에 검거되기까지 수 시간 동안 전방지역을 '앞마당 거닐 듯' 돌아다닌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다.

특히 우리 군 감시장비엔 A씨 상륙 뒤 3차례 이상 그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군은 A씨가 민통선 경계선에 접근한 뒤에야 수색작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당시 우리 군의 경계·태세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軍경계요원, 감시장비 알람 껐나? 아니면 졸음 근무 했나?'

군 당국에 따르면 민통선 내 신원미상자(A씨)의 존재가 처음으로 상황 보고상에서 확인된 시점은 해안철책을 지나 우리 측 지역에 상륙한 지 수 시간이 지난 16일 오전 4시20분이었다.

군은 당시 강원도 고성군 제진 검문소 CCTV 카메라에 '미상자가 포착'됐다는 상황 전파에 따라 기동타격대 투입 등 조치를 취했다.
이어 현장에 투입된 수색병력은 오전 6시35분 경계태세 1급(진돗개 하나) 발령 뒤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7시20분쯤 검문소 인근 '야지'(野地)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상황 발생 당시 현지 부대의 경계·감시태세 점검에 나선 결과, 당일 오전 4시20분 전에도 폐쇄회로(CC)TV 카메라 등에 A씨가 3~4차례 포착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전방지역에서 군이 운용하는 CCTV 등 과학화경계시스템 연동 감시장비는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면 자동으로 상황실 모니터에 '알람'(경보)을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철책엔 감지센서가 설치돼 있어 산짐승이 스쳐지나가도 경보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감시장비 작동에도 불구하고 관할 경계요원들이 조기에 A씨를 식별해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상황실 내 과학화경계시스템 알람을 꺼뒀거나 졸면서 근무한 탓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A씨의 움직임을 보고도 "월남자로 생각지 못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답변에서 사건 발생 당시 과학화경계시스템 작동과 관련, "이벤트(상황)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소리를 안 나게 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경계를 담당하는 요원의 과오가 크다고 판단한다"며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北남성, 얼음장 바다서 어떻게 버텼지? 검문소 앞에선 왜 숨었고?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이 전한 A씨의 신원 진술을 놓고도 여전히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A씨는 우리 군과 정보당국 등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은 '민간인'이고 '6시간 내외 헤엄쳐왔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추운 겨울 바다에서 장시간 수영이 가능한지 여부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사건 당일 동해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관측된 해수 온도는 섭씨 8도 미만이었다. 게다가 A씨가 뭍에 올라온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부터 군사분계선(MDL)까지는 직선거리론 3.6㎞지만, 해상으로 오려면 최소 5~6㎞는 헤엄쳤어야 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즉, A씨의 진술대로라면 한겨울 바다에서 거친 물살을 헤치며 적어도 1시간에 1㎞씩 헤엄쳐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뒤 다시 5㎞ 이상을 걸어 민통선 인근에까지 다다랐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도 훈련받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말이다.

군 당국 역시 조사 초기엔 해수온도 등을 이유로 "헤엄쳐 내려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A씨 상륙 지점 부근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됨에 따라 일단 해당 진술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의 잠수복은 일체형으로서 물이 스며들지 없게 돼 있어 "안에 두꺼운 솜옷 등을 껴입으면 생존이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진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A씨가 우리 군의 해안경계 구역에 있는 철책 하단 배수로 48개 가운데 시설물 보강이 안 된 배수로를 어떻게 알고 이용했는지, 또 '귀순' 의사가 있었다면 도로를 따라 남하하다 검문소 앞에서 몸을 숨겼는지 등도 규명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4시20분쯤 제진 검문소 앞 500m 지점에 도착한 뒤 풀숲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인근에 설치돼 있던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
수색병력이 3시간 뒤 검문소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을 땐 낙엽을 덮고 '은신' 중이었으며 이후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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