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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명수 대국민 사과에 법원 내부 “유체이탈 사과” 비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9 15:05

수정 2021.02.19 23:22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19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표 반려과정에서 드러난 거짓 해명에 대해 사법부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판사들 사이에선 "유체이탈 사과"라며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판사들 “진정성 안 느껴져”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에 쓴 글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며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사직 수리 의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정치적인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여권 눈치보기'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취임 이후 제도개선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해 좋은 재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은 것도 재판의 독립에 미칠 위험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제가 정치권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해서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썼다.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법원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사과 글을 읽고 점심 때 판사들 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임성근 판사 사표 수리 반려에 대해 관련 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했는데 임 부장의 대법원장과의 녹취를 다 들어봐도 어디에 그런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유체이탈 사과”라고 힐난했다.

■대법원장 편향인사 논란 반감도 팽배
김 대법원장의 거짓해명 못지않게 더 심각한 것은 편향된 인사라는 볼멘 소리도 이어졌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임 부장 관련 파문이 대법원장의 정치편행적 인식을 의심하게 했다면 최근 인사는 정치편향적이란 의심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동료들의 견해가 많다”며 “사법부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사법독립과 신뢰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날 대법원이 '한 법원에서 3년만 근무'라는 법원 인사 관행을 깨뜨린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김미리 부장판사와 윤종섭 부장판사를 기존 맡고 있는 형사합의21부와 형사합의36부 재판장에 각각 그대로 배치했다. 서울중앙지법 은 두 판사를 다른 곳으로 배치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 3일 대법원이 내린 인사 안대로 배치하면서 김 부장판사는 4년째, 윤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됐다. 21부는 조국 전 장관과 청와대 울산선거개입 사건을, 36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정권에 민감한 사건을 다수 맡고 있는 김 부장판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들을 맡고 있는 윤 부장판사에게 사건을 계속 맡겨 정권에 부담이 가지 않토록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김 부장판사는 웅동학원 채용비리 주범인 조 전 장관 동생을 공범들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 부장판사도 임종헌 전 차장 측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윤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하는 등 편파 재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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