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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뒤집힌 배안에서 40시간 생존 어떻게 가능했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2 08:09

수정 2021.02.22 09:08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경북 경주 인근 해상에서 어선 전복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선원 1명은 뒤집힌 배 안의 ‘에어 포켓’에서 40시간을 버텨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에어 포켓은 선박이 뒤집혔을 때 선체 내부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곳으로, ‘최후의 생명 공간’으로 불린다.

22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49분께 경주 감포항 동쪽 약 42㎞ 해상에서 9.77t급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과 해군 등은 야간 수색을 벌여 약 3시간 만에 신고 지점에서 4㎞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뒤집힌 어선을 발견했다. 사고 선박에는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 각 3명씩 총 6명이 승선 중이었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해경은 수색 사흘째인 21일 오전 9시 20분쯤 사고 해역에서 15㎞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표류하는 베트남 국적의 선원 1명을 발견했다. 이 선원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의식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경은 선박 안에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기 위해 선체 수색을 시도하다 기관장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구조 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조치를 받은 후 의식을 되찾았다.

A씨는 사고 후 배가 뒤집히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다른 선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거센 파도에 그물 등 물건들이 쏟아져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배 뒤쪽에 있는 어구창고(어창)로 피신했다. 해경은 거센 파도에 배가 빠르게 뒤집히면서 어창에 에어포켓(공기층)이 형성돼 A씨가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A씨가 있던 어창은 가로 2.5m, 세로 2m, 깊이 1.5m 규모로 어른 3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사고 해역 수온은 12~13도여서 물에 잠긴 채로 오랜 시간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기층 때문에 어창에 물이 차지 않아 A씨가 숨을 쉴 수 있었고 물에 잠기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함정과 항공기를 동원해 나머지 4명에 대한 수색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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