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전도사로 변신
과거 원전 정책 추진 '반성'...탈원전 시민운동
차남도 고이즈미 환경상도 탈원전 주장했으나
최근 스가 정권에서는 '변심'
과거 원전 정책 추진 '반성'...탈원전 시민운동
차남도 고이즈미 환경상도 탈원전 주장했으나
최근 스가 정권에서는 '변심'
【도쿄=조은효 특파원】 "원전이 안전하고 싸고 깨끗하다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퇴임 후 '탈원전 전도사'로 변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을 앞두고 과거 원전 정책 추진에 대한 '반성문'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일본 정계의 실력자였으며, 원전 관련 주무부처 장관까지 지냈던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자민당 간사장이 합류했다. 그 역시 "원전 추진은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와 나카가와 전 간사장 등은 이달 초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3월 11일 탈원전과 관련한 온라인 국제 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고문으로 있는 '원전 제로·자연 에너지 추진 연맹' 주최로 열린다.
나가카와 전 간사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 일본 정부의 원자력위원장, 과학기술청(현 문부과학성) 장관으로 원전 추진파의 책임자였으나, 그때 열심히 했던 게 실수였다. 10년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원전이 안전하고 싸고 깨끗하다는 것은 전부 거짓말로 밝혀졌다"며 "일본은 지진, 해일(쓰나미), 화산 위험이 있어 원전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태양광, 풍력, 수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면 원전 제로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원전 종료라고 선언한다면, 국민 다수가 지지할텐데, 그렇지 하지 않고 있다. 유감이다"고 스가 정권에 불만을 표시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스가 정권의 환경상(장관)으로 있는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의 최근 행보와도 엇갈린다. 지난 2019년 9월 아베 정권 당시 환경상으로 입각해 스가 정권에서도 직을 이어가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는 입각 전만 해도 부친인 고이즈미 전 총리와 같은 '탈원전파'였으나 최근에는 스가 정권의 원전 재가동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아버지 고이즈미'는 탈원전 행보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올해 중의원 선거 때에는 탈원전을 아젠다로 삼아, 시민운동을 펼칠 구상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두 정치 원로는 탈원전을 향한 "지도자의 결단"을 촉구하며 "정치를 바꾸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자민당 내 탈원전파는 극소수다. 일본 여론이 두 원로 정치인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기울여 줄 지 주목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